기사입력 2026-08-31 10:43:19
기사수정 2026-08-31 10:43:19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업체 NABEP 지배하는 알레한드로 베탕쿠르
주요 석유기업 상당수는 정치적·법적 위험 크다고 보고 관망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합의한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 합작 사업에서 정경유착 의혹을 받아온 기업인이 핵심 역할을 맡기로 해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네수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석유 기업인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와 이 회사를 지배하는 기업인 알레한드로 베탕쿠르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했다.
알레한드로 베탕쿠르. 알레한드로 베탕쿠르 홈페이지 공개 사진 캡처
앞서 29일 나온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NABEP와 베탕쿠르는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합의로 이뤄지는 원유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이들이 미국 에너지 기업들과 다른 투자자들과 합작기업을 설립해 베네수엘라 유전 17개에 접근해 개발할 권리를 얻고, 그 생산량 중 55%를 미국이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이 17개 유전의 추정 매장량 합계는 650억 배럴에 이른다.
이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의 추정 매장량 3천30억 배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허 기간이 100년이라고 28일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로 발표했으나,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협정의 유효기간이 25년이라고 29일 국영 VTV 연설에서 밝혀, 기간에 대한 설명은 엇갈린다.
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NABEP의 비경영 지분 35%를 갖는 한편 생산량의 20%를 원가로 우선 구매할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해당 유전 중 일부는 과거에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이 보유했다.
베탕쿠르는 1999년 우고 차베스(1954-2013, 대통령 재임 1999-2013) 집권기부터 권력을 유지 중인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베탕쿠르는 차베스 집권기에 흥한 정치 연계 재벌을 가리키는 '볼리치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FT에 따르면 그는 차베스 정부에서 경쟁입찰 없이 따낸 계약으로 베네수엘라의 전력 부문에서 재산을 축적했으며, 이후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연관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와 그가 연관된 기업들은 횡령과 자금세탁 연루 등 의혹으로 스페인과 스위스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의 변호인들은 위법행위 의혹을 부인하면서 재산 형성 과정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NABEP는 하루에 약 2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비전이 베네수엘라 국민, 미국, 그리고 서반구 전체를 위해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을 재건한다는 것이라며,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미국 정부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FT에 밝혔다.
FT는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유전 사업권이나 합작사업 가능성을 놓고 NABEP가 '라이언하트 홀딩스'를 포함한 민간 투자자들과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NABEP는 다른 잠재적 투자자와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정부 사이의 이번 합의가 앞으로 지속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납치돼 미국으로 압송된 후 임시 대통령이 된 로드리게스는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이런 합의를 맺은 것은 나중에 정당성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민주당이 올해 11월 중간선거에 승리해 연방하원을 장악한다면 미국 의회에서 이번 합의를 놓고 조사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문업체 오리노코 리서치를 이끄는 엘리아스 페레르는 "(미국)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 협정들을 반드시 문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미 트럼프가 '한 독재자를 다른 독재자로 바꾸고 있다'고, 그리고 논란 많은 이력을 지닌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가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압송 작전에 성공한 후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현 베네수엘라 정부와 함께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 투자를 유도하려고 해 왔다.
FT에 따르면 이런 투자에 정치적·법적 위험이 크다고 보는 주요 기업들은 베네수엘라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자산을 수용당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당분간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베네수엘라에서 기존 사업을 운영해 온 셰브런, 렙솔, 에니 등 여러 기업은 올해 베네수엘라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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