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통사가 직접 만든다”…백화점·편의점 꽂힌 ‘웰니스 PB’

유통업체들이 남이 만든 상품을 가져다 파는 데서 벗어나 직접 ‘웰니스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저당·제로·고단백 등 건강을 챙기면서도 맛과 편의성을 놓치지 않는 ‘헬시플레저’ 소비가 일상으로 번지자 자체 브랜드(PB)와 단독 상품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롯데홈쇼핑 제공    

홈쇼핑에서 개발한 음료가 백화점 VIP 라운드를 거쳐 편의점 매대까지 진출하는가 하면, 편의점들은 건강을 전면에 내건 PB 라인업을 별도로 키우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 음료 브랜드 ‘엘:보틀(L:Bottle)’의 첫 제품 ‘스파이크 제로’ 판매처를 백화점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으로 확대한다.

 

엘:보틀 스파이크 제로는 롯데홈쇼핑이 약 1년간 연구·개발해 올해 1월 선보인 웰니스 음료다. 국내산 말차와 바나바잎, 애플사이다비니거 등을 사용해 식후 혈당 관리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를 겨냥했다. 음료와 환을 함께 섭취할 수 있도록 이중구조 용기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출발은 홈쇼핑 방송이 아니었다. 지난 1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당시 펀딩은 목표액의 4036%를 달성했고 487명이 참여해 약 2018만원을 모았다. 이후 주요 이커머스로 판매처를 넓혔다.

 

출시 이후 월평균 주문액은 70%씩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확인한 수요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오프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최상위 VIP 등급 ‘블랙’ 전용 라운지에 제품을 공급한 데 이어 에비뉴엘 등급 라운지까지 판매 접점을 확대했다.

 

지난 7월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서 연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1000여명이 찾았다. 이를 계기로 전국 롯데백화점 식품관으로 판매처를 넓혔다. 다음 달 3일까지 본점에서 앙코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세븐일레븐에도 입점한다. CJ올리브영의 웰니스 플랫폼 ‘올리브베러’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홈쇼핑 회사가 개발한 상품이 자체 온라인몰을 벗어나 백화점과 편의점, 헬스·뷰티(H&B) 채널로 확산되는 셈이다.

 

웰니스 자체 상품 강화는 롯데홈쇼핑만의 전략은 아니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접점을 가진 편의점들은 이미 PB 경쟁의 무게중심을 ‘가성비’에서 건강과 취향으로 넓히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통합 PB ‘옐로우(ye!low)’를 선보이면서 상품을 ▲가성비 ▲트렌드 ▲건강 등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눴다.

 

첫 상품부터 음료였다. 유자&민트, 리치&캐모마일, 매실&그린티 등 과일과 차를 조합한 ‘프루티’ 3종을 내놨다. 이마트24는 당시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GS25 역시 건강 음료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GS25가 올해 상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단백질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했다. 특히 단백질 음료 카테고리 매출이 편의점의 대표 가공유 상품군인 바나나우유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운동할 때만 찾던 단백질 제품이 일상 음료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제로 음료도 확대하고 있다. GS25는 올해 이탈리아 캔디 브랜드 ‘페를레 디 솔레’와 협업해 레몬·블루베리 스파클링 음료를 선보였다. 모두 제로 칼로리·제로 슈거 제품으로 기획했다. 자체 PB ‘유어스’ 음료 상품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웰니스 PB 경쟁은 음료를 넘어 한 끼 식사로도 번지고 있다.

 

CU는 올해 5월 마스터 PB ‘PBICK(피빅)’에 건강 콘셉트를 강화한 ‘지중해 키친 시리즈’를 추가했다. 올리브와 병아리콩,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등 지중해식 식재료에 닭가슴살을 결합한 도시락·김밥·샌드위치 등을 내놨다.

 

상품 가격만 낮추던 기존 편의점 PB와 달리 특정 식생활 방식과 건강 가치를 브랜드에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일상형 건강관리’ 수요가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단백질 쉐이크, 저당 간식, 제로 음료 등 식단관리 상품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건강 식품을 별도 카테고리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CJ올리브영도 웰니스 큐레이팅 플랫폼 ‘올리브베러’를 통해 프로틴과 식단관리 간편식, 음료, 이너뷰티 상품 등을 하나의 건강 루틴으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유통사의 계산도 분명하다. 인기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어렵지만, 자체 브랜드를 키우면 상품 기획부터 가격·마케팅·판매 채널까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충성 고객이 붙으면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으로도 연결된다.

 

롯데홈쇼핑도 엘:보틀을 단일 히트상품에 그치지 않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웰니스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건강 소비가 한때 유행하는 다이어트 상품을 넘어 일상적인 식품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사의 자체 상품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PB의 핵심이 ‘싸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유통사가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건강 수요를 먼저 상품화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