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광주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장윤기는 최후 진술에서 “평생 죗값을 받겠다”고 말했고, 피해자 유족은 사형 선고를 촉구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전날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사건 4차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극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신상정보 공개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보호관찰 명령도 요청했다.
검찰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기준점 이하가 나왔지만, 정서적 고위험과 냉담한 반응 등에 비춰보면 사회로 복귀했을 때 살인과 성폭행 등의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장윤기가 일면식 없는 이채원(당시 고2)양을 살해한 뒤 스토킹 범행 대상이었던 아르바이트 동료 여성(26·베트남)을 또다시 찾아간 동선 등 범행의 위험성과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양을 살해한 뒤 수차례의 수사기관 조사에서 ‘자살 전 길동무를 데려가려 했다’는 거짓 주장을 거듭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검찰은 장윤기가 이양을 약 15분간 차량으로 미행하고, 범행 전 차량 뒷문을 미리 열어둔 점 등을 들어 성범죄를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양이 저항하며 비명을 지르거나 도움을 주려던 남학생이 나타나는 등 범행을 멈출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흉기를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범행 이후 행적도 언급했다. 장윤기는 현장을 벗어난 뒤 세탁방에서 피 묻은 점퍼를 세탁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성범죄를 저지른 여성 동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하고, 날이 밝자 해당 피해자가 일하는 식당을 다시 찾아가기도 했다. 또 미성년자 대상 성매수 정황 등 왜곡된 성의식이 노출된 과거 행적도 법정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이번 공판에서는 결심 절차에 앞서 장윤기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피해자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진술을 번복했던 내용이 기록된 진술조서에 대해 질문을 집중했다.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은 받아들여졌으며 재판부 직권으로 압수영장도 발부됐다.
변경된 공소장에는 장윤기가 범행 당시 차량 뒷문을 활짝 열어놓았던 사실이 반영됐다. 압수영장 발부로 채택된 증거물은 장윤기 차 안에서 발견된 길이 40㎝·폭 4.5㎝ 크기의 케이블타이(결박 도구) 25개짜리 묶음이다. 장윤기 측은 해당 케이블타이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과거 컴퓨터를 구매할 때 함께 산 것”이라며 범행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양 유가족 법률 대리인은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기보다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어쩔 수 없이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수, 범행 수법, 결과 등에 비춰보면 피고를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도록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장윤기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 유가족에 사죄드린다. 어떤 말도 와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가정에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께 송구스럽고 평생 죗값을 가져가겠다. 다시 한 번 유가족, 주변 분들께 사죄하겠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장윤기에게 적용된 여러 죄명 가운데 강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된다. 선고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피해자 이양의 부모는 공판에 앞서 시민 5만1149명의 연명을 받은 1차 엄벌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장윤기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도록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유족은 “17살 내 딸 이채원은 죽었고 가해자는 살아 있다”며 “판결문 한 줄에 한 가족의 생사가 걸려 있다. 장윤기에게 사형으로 답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양의 부모는 검찰의 사형 구형 직후 “아무런 죄 없는 아이가 무참히 희생됐는데 피고인은 여전히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사형 구형은 당연한 결과이며, 재판부 역시 반드시 사형을 선고해 법의 엄중함과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오전 12시10분쯤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성범죄를 하려다가 이양을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이틀 전 아르바이트 동료 여성을 성폭행하고, 사회복무요원 시절 청소년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등 여러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