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문해력이 급격히 약화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과 쇼트폼 등으로 대표되는 ‘읽기 환경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결손, 사교육 의존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31일 세계일보가 종로학원에 의뢰해 지난달 26~29일 학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숙제나 공부를 할 때 긴 글을 직접 읽기보다 AI나 인터넷 요약본을 먼저 찾아본다는 응답이 58.2%(가끔 그렇다 36.4%·자주 그렇다 18.9%·거의 항상 그렇다 2.9%)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7.5%(거의 그렇지 않다 20.4%·전혀 그렇지 않다 17.1%)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학습 결손도 문해력 저하를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김양진 경희대 국어국문학 교수는 “현재 중·고생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교에서의 여러 경험들이 제한되고 문자를 이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사교육 중심의 교육 환경도 문해력 저하를 부추겼다는 시각도 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사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이미 배웠을 거라고 간주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질과 양도 낮아졌을 것”이라며 “진도는 계속 나가는데 기초가 없으니 뒤처지는 학생은 계속 뒤처지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평가 방식 변경에 앞서 공교육 내 문해력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우리 사회는 대입에 집중되다 보니 ‘점수 위주’의 교육으로 흘러간다”며 “문해력과 사고력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교육 과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