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일 점심에 짜장면 준대.”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학부모 A씨는 최근 체험활동을 앞둔 중학생 자녀가 신이 나서 하는 말을 듣고 안내문을 다시 펼쳐봤다. 안내문에는 ‘중식 제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처음에는 그냥 모르는 단어 하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와 얘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뜻을 모르는 단어가 많은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자녀의 어휘력 등 문해력을 걱정하는 건 A씨만이 아니다.
자녀가 긴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추론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매우 어려워한다’는 6.2%, ‘다소 어려워한다’는 38.9%로 전체의 45.1%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대체로 잘함’은 41.8%, ‘매우 잘함’은 8.0%, ‘잘 모르겠음’ 5.1%였다.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자녀 세대의 문해력 저하 현상도 뚜렷했다.
‘문해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53.5%에 달한 반면, ‘아니다’는 14.2%에 그쳤다. 학부모들은 그 주요 원인으로 ‘스마트폰·유튜브·AI 등 미디어’(59.2%)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독서량 부족(20.4%), 한자 공부 부족(7.3%)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국내외 지표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읽기 능력 저하 현상이 확인된다.
2025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국어 과목에서 상위 성취수준인 ‘3수준 이상’ 비율은 2024년 66.7%에서 2025년 64.5%로 감소했다. 반면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1수준’ 비율은 2023년 9.1%, 2024년 10.1%, 2025년 10.8%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영역에서도 최하위 성취수준인 ‘1수준 이하’ 학생 비율은 2012년 7.6%에서 2022년 14.6%로 10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제시된 글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춘 비율은 25.6%로 OECD 평균(47.4%)을 크게 밑돌았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비판적 읽기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글을 읽고 사실인지 의견인지 등을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한국 교육 시스템에선) 그런 것들이 너무 부족하다”고 짚었다.
교육 당국은 내신과 수능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지선다형 방식에서 단순 암기를 넘어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권역별 토론회 등 의견수렴 단계를 거쳐 10월 중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서·논술형 평가가 학생들의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논술형 도입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문해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접 문장을 쓰는 훈련을 익히고, 과제를 논문형으로 제출하는 등의 방법이 사고력을 확장하는 방편이 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선 문해력 교육이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 전환만 서두를 경우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인천 지역의 중학교 교사 C씨는 “기초적인 어휘나 문맥 파악이 안 되다 보니 교과서를 함께 읽는 것부터 난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평가 방식을 먼저 바꾼다고 해서 학생들 문해력이 하루아침에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