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수사만 1년… 권력 앞에 멈춘 칼

서울청 4월 분리송치 의사 밝혔는데
국수본 ‘일괄처분 방침’ 내세워 제동
일각 “여권 눈치보기 탓 지연” 해석
국수본부장 “곧 마무리 보고받았다”

“수사 진행된 부분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낼 생각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4월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무소속 김병기 의원 수사와 관련해 “일정 부분에 대해 혐의 유무 판단이 가능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 관련 13개 의혹 중 일부 혐의에 대한 ‘분리 송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후 5개월이 다 돼 가도록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윗선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일괄 처분’ 방침을 내세워 제동을 건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8일 당시 박성주 국수본부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다 결론을 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도 “결론을 같이 내주는 게 맞다는 취지”라며 “(서울청과) 서로 확실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첫 고발 이후 1년이 다 돼 가는 김 의원 수사는 ‘권력’ 앞에 작아지는 경찰 수사의 ‘민낯’을 드러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병기 수사와 관련해 “곧 마무리된다고 보고받았다. 조속히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결론이 나오더라도 ‘봐주기 수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수사가 늘어지는 데 한몫한 경찰 지휘부의 ‘일괄 처분’ 방침이 여권 눈치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부패·경제 등 7대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출범하더라도, 각종 고소·고발을 접수하는 ‘1차 수사기관’으로서 경찰이 권력으로 향하는 수사의 ‘길목’을 틀어쥐는 상황이 유지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경찰은 정치권에 완전히 예속돼 있다”며 “이유는 정치권이 경찰의 ‘목줄’, 바로 승진을 다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직 경찰은 제때 승진하지 못하면 계급 정년 때문에 옷을 벗어야 한다. 그 권한이 정치권에 있는데 어떻게 거기 칼날을 갖다 들이댈 수 있겠나”라며 “경찰 인사권을 정치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아니면 현재 11개로 구분된 계급을 확 줄이는 등 구조를 혁신해 개개 경찰이 승진에 목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 수사가 지지부진한 게 경찰 수장 공석 장기화와 연관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최고위 지휘부 중에 (김 의원 사건처럼) 민감한 사건 수사에 대해 누가 나서겠나. 조금만 참으면 (계급장을) 하나 더 달 수도 있으니깐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