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매년 1조원 넘는 재정 적자를 내온 경기도가 기존 진행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동시에 체납액 징수 강화와 신규 세원 발굴, 공기업 배당 확대 등을 통해 2030년까지 1조6000억원의 추가 세입을 확보하고,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구조적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활황의 과실을 나누자며 도내 용인·화성·이천·평택 등 거점 도시들에 요구했던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와는 결이 다른 조치로 풀이된다. 입법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우회해 현실적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서 추미애 지사는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도정을 맡은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자체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엄중한 재정위기”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세인 법인세의 5%를 광역단체에 배분하는 제도 신설을 건의한 바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 증대 혜택이 국가와 기초단체에만 귀속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거점 도시 ‘역풍’…법인세 5%로 전환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31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위기 극복 전략 태스크포스(TF)’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주 부지사는 “경기도의 통합재정수지는 매년 1조원을 훌쩍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며, 내년에는 적자 폭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면서 “파격적 지출 구조조정과 적극적 세입 확충 없이는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민 안전과 민생 예산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불요불급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다시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도는 국세인 법인세의 5%를 광역지자체 재원으로 배분받는 방안과 보통교부세 산정 시 기준재정수입·수요액 산정 비율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지속 건의하기로 했다.
특히 추 지사가 추진하던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선회한 대목이 눈에 띈다. 도내 거점 도시들의 반발을 불러오며, 도의 재정 파탄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30% 이상 과다 추계한 경기도의 기준재정수입액과 기준재정수요액 산정 비율 현실화를 통해 보통교부세를 받는 방안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체납 징수·세원 발굴…法 개정 없는 3대 과제
경기도는 먼저 2027년도 본예산 편성 시 통상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던 3년 이상 지속 사업까지 포함해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부서 간 업무가 중복되거나 31개 시·군이 자체 수행 중인 사업은 원칙적으로 일몰 폐지하고, 100억원 이상 투입되는 40여개 대규모 사업도 추진 방향을 전면 재설정한다. 신규 사업 추진 시 재원 조달 계획 작성을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원칙도 엄격히 적용한다.
단기 세입 확충 대책으로는 법 개정 없이 행정력으로 추진 가능한 3대 과제를 제시했다. 도는 향후 4년간 체납 지방세 및 세외수입 책임 징수로 3300억원, 렌터카·리스 차량의 도내 등록 유치로 5500억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산하 공기업 운영 이익 배당금 75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숨은 세원을 발굴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입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4대 제도개선 과제를 병행 추진한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취약한 취득세 중심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현행 25.3%인 지방소비세율을 40%로 인상해 연 1조4000억원의 재원을 추가 확보하고, 일몰 예정인 담배분 지방교육세를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해 연 3990억원 규모의 안정적 소방·안전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세입확보추진단’과 ‘지출구조조정추진단’을 중심으로 실행 체계를 가동하고, 도의회와 ‘지방재정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재정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도는 추미애 지사가 이달 5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 이후 재정위기 극복 전략 TF를 구성했다. TF는 1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3주간 7차례 회의를 열었으며 경기연구원과 외부 지방재정 전문가들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