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구형과 2년 선고, 항소심의 저울 [종교칼럼]

환자복을 입은 여든세 살의 종교지도자가 휠체어에 앉아 판결을 들었다. 징역 2년. 서울중앙지법은 8월 31일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무죄 석방을 기다렸던 교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판결에 앞서 특검이 요구한 형량은 무려 13년이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5년, 나머지 혐의에 8년을 각각 구형했다. 살인이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아닌 데다 한 총재가 초범이고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무거운 구형이었다. 같은 사건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권성동 전 의원에게 특검이 구형한 형은 4년이었다. 특검은 사건 전반을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도 이번 재판에서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런데 한 총재에게는 그보다 세 배 이상 무거운 13년을 구형했다. 교단의 최고지도자라는 지위와 ‘정교유착의 정점’이라는 상징성까지 형량에 얹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1심 결과는 특검의 구형과 큰 차이를 보였다. 재판부는 일부 쪼개기 후원에 무죄를 선고하고, 증거인멸교사와 해외 정치인 자금 지급 관련 횡령 등은 특검의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쪼개기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단 계좌에서 돈을 이체한 행위도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특검의 수사범위 확대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렇다고 징역 2년을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법원은 권 전 의원에게 전달된 1억 원과 쪼개기 후원 대부분, 김건희 여사에게 제공된 가방과 목걸이에 대해서는 한 총재의 공모와 승인을 인정했다. 다만 13년 구형이 2년 선고로 줄었다는 것은 특검이 그린 중대범죄의 규모와 한 총재의 책임 정도가 재판에서 상당히 축소됐다는 뜻이다. 13년이라는 숫자가 과연 실체에 맞는 구형이었는지 특검은 돌아봐야 한다. 재판부는 사건 전반을 윤영호가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한 총재가 이를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개인적 이익을 위한 범행이 아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가정연합은 선고 직후 한 총재가 불법행위를 지시하거나 그 목적을 알고 승인했다는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제 항소심이 살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한 총재가 교단의 대외활동과 정치권 접촉이라는 큰 방향을 승인한 것과 현금 1억 원과 차명 후원, 고가 금품 제공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과 불법성까지 알고 승인한 것은 같은가. 윤영호의 보고와 한 총재의 승인을 인정한 근거가 그의 진술 외에 어떤 문건과 자금기록으로 보강되는가. 진술과 객관적 기록 사이의 모순은 충분히 해소됐는가.

 

1심도 이러한 증거와 법리를 검토해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항소심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살피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윤영호가 사건을 주도했다는 사실과 한 총재를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만큼 구체적인 범죄 인식이 있었다는 판단 사이에 증명의 공백은 없는지 더욱 엄격하게 살펴달라는 것이다. 징역 2년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절묘한 절충점처럼 비칠 수도 있다. 특검은 핵심 혐의의 유죄를 얻었고, 법원은 일부 무죄와 공소기각으로 수사의 과잉을 견제했다. 한 총재 측도 13년 구형이 2년으로 낮아져 항소할 공간을 확보했다. 어느 쪽도 완전히 이기거나 지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서로의 체면과 명분을 나눠 갖는 협상이 아니다. 13년보다 크게 낮으니 가혹하지 않고, 무죄가 아니니 특검 수사도 틀리지 않았다는 식으로 2년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여든을 넘긴 피고인에게 2년은 남은 생애의 중대한 일부다. 형량이 사회적으로 무난해 보인다는 이유로 유죄 판단의 토대까지 무난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수사를 바라보며 종교계 일각에서 종교탄압을 우려하며 불안해하는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종교지도자 역시 불법을 저질렀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헌법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함께 보장하는 것은 종교가 정치권력과 부당하게 결탁해서도 안 되지만, 국가권력 역시 종교의 자율적 영역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종교적 위계나 최고책임자라는 지위가 구체적인 공모와 고의에 대한 증명을 대신한다면 어느 종교도 안심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정치권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교인들이다. 그들이 정성껏 바친 헌금과 평생 지켜온 신앙까지 ‘정교유착’과 ‘금권 집단’이라는 말로 매도돼서는 안 된다. 교인들은 죄인이 아니다.

 

항소심은 1심이 만들어 놓은 정치적 균형을 관리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검의 체면도, 정부의 수사 성과도, 교단의 기대도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한 총재가 각각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알고 승인했다는 판단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지,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가려야 한다. 항소심의 저울에 올라야 할 것은 소수 종교에 대한 세상의 호오가 아니라 오직 증거와 책임의 무게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