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1년여 만에 교체…강신철 앞에 놓인 ‘국방 난제’ [박수찬의 軍]

유엔사·주한미군과 잇단 파열음
문민 장관서 육사 출신 대장으로
사관학교 통합이 첫 시험대

지난달 30일 단행된 안규백 국방부장관 교체를 놓고 군 안팎에선 술렁이는 모양새다.

 

개각을 앞두고 안 장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년여만에 육사 출신 예비역 대장인 강신철 주사우디 대사를 후임으로 발탁, 군 안팎을 놀라게 했다.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중용됐던 강 후보자가 안 장관 체제에서 갈등과 논란이 커진 주요 국방 현안을 수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신철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23년 10월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에 취임하면서 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논란 지속 끝에 1년여만에 교체

 

정부 안팎에선 지방선거 직후부터 개각 가능성과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불거져왔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임기 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 연도 설정과 3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마무리짓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개각 발표를 앞두고 현직 장관들에게 교체 가능성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무관치 않다.

 

5선 의원으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장기간 활동해온 안 장관은 국방 문민화 기조 속에서 이재명 정부 첫 국방부장관으로 지난해 7월 말 취임했다. 64년만에 문민 국방부장관이 탄생한 셈이다.

 

안 장관도 이같은 점을 인식한 듯 취임 직후 인적 쇄신 등 고강도 개혁 추진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순항하는 듯 했던 안 장관 체제는 올해 들어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우선 유엔군사령부·주한미군과의 시각차가 두드러지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올해 초 유엔사는 정부·여당이 ‘영토 주권’을 강조하며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DMZ법)에  정전협정과 상충한다며 휴전선 이남 DMZ 구역 관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 2월 18∼19일 주한미군이 F-16 전투기들을 서해로 대규모로 내보내 훈련하자, 중국 전투기들이 대응해서 한때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28일 국방부에서 개최된 제2회 광주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주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 장관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전화해 훈련계획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항의했고, 브런슨 사령관이 사과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도 나왔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과 통화해 (서해 훈련 관련) 사전 통보가 이뤄졌음을 재확인했다”며 “주한미군은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정기적인 훈련을 하며,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사과할 일은 없다고 본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북한군의 DMZ 국경선화 작업과 유엔사의 경비여단 창설에서도 국방부와 유엔사의 입장이 엇갈렸다. 주한미군의 대복 정보공유 제한도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군 내부적으로도 논란과 문제점이 불거졌다.

 

안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연루 인원들을 무더기 징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내란 극복’ 차원에선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인적 공백과 업무 연속성 단절 및 지휘 결함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휴전선과 인접한 1군단에서 벌어진 ‘삽탄’ 논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규백 국방부장관(가운데)이 지난해 8월 한·미 연합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기간 한·미연합군 전시지휘소를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 강신철 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왼쪽·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부의 처벌과 종합특검의 결론이 엇갈리면서 군 간부들의 혼란도 증폭됐다.

 

종합특검은 계엄 당시 ‘서강대교 회군’을 지시, 지난해 9월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은 조성현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국방부는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계엄에 가담했다며 중징계를 했는데, 종합특검은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를 두고 군 간부들 사이에선 “유사시 출동 명령이 내려지면, 출동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증폭된 안 장관의 군무 이탈 논란은 안 장관의 정책 추진 동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안 장관은 병무행정 오류라고 거듭 해명했으나, 야권의 공세로 정책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

 

군 소식통은 “메신저가 ‘오염’되면, 그 메신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제 힘을 못쓰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관학교 통합 추진 과정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방부는 최근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만드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지역 사회, 군 내부 반발이 거셌다.

 

안 장관은 미래 장교 양성과 합동성 강화 등을 위한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서 사관학교 폐지 저지 국민연대 등이 집회를 열고 국군사관학교 창설 및 육·해·공군 사관학교 폐교에 반대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육사는) 쿠데타를 3번이나 했던 중심”이라는 발언이 더해지면서 사관학교 통합이 정치 보복 아니냐는 비판이 안 장관에게 집중됐다. 

 

군 내부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여론이 증가하자, 정부도 국방개혁과 정책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국방부장관 교체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개각 발표 직후 일각에선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안 장관은 오랜 의정활동을 통해 정치권에서 국방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국방부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자신이 가장 오래 활동하고 준비했던 분야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재임 기간 정치적 자산을 적지 않게 소진한 안 장관은 향후 행보를 고민하며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이 주한미군 장병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사 중심’ 회귀…결과는 어떨까

 

강 후보자의 발탁으로 이재명 정부 2기 국방 라인은 육사 중심으로 회귀하게 됐다.

 

이두희 국방부차관은 강 후보자와 육사 46기 동기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육사 47기다.

 

강건작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육사 45기, 곽태신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육사 51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관학교 통합 등에서 ‘속도조절’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강 후보자가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입장이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후보자가 현 정부 정책 집행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개각과 관련,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열심히 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가운데·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이 한미연합사 창설 45주년을 맞아 미군 장병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직 차관을 승진 발탁한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처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육사 출신 예비역 대장인 강 후보자를 투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분위기를 쇄신, 주요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강 후보자는) 소신으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스타일은 아니므로 현 정권 국방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후보자의 첫 시험대는 사관학교 통합이 될 전망이다.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 찬성 측에서도 안 장관이 이끄는 국방부의 통합 추진 방식에 우려가 제기되어왔다. 

 

지난달 26일 공청회에서도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은 “(사관학교 통합) 찬성파는 논리를 더 개발해야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육사 출신인 강 후보자로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예비역과 지역 사회를 설득하면서, 사관학교 통합 계획을 신속하고도 잡음이 없도록 추진하는 고차방정식 수준의 과제를 안게 됐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재직 시절 브런슨 사령관과 함께 복무하면서 맺은 인연을 토대로 유엔사·주한미군과 국방부 간 갈등을 조정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과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도 과제다.

 

강신철 전 한미연합 부사령관(오른쪽 세번째·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이 지난해 5월 한·미 연합 의무훈련에서 관계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국방개혁 기본계획과 국방백서 공개도 강 후보자가 추진해야 할 과제다.

 

안 장관이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반기 군 인사와 주요 보직 인사도 강 후보자가 다뤄야 할 현안이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보직이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생수병을 든 채 다가서고 있다. 뉴스1

정책실장은 중·장기 국방정책 등을 담당하면서 장관의 정책적 의중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현하는 자리다.

 

국회 국정감사,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을 감안해서 김홍철 현 실장이 유임될 수도 있으나, 강 후보자가 자신과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는 인물을 데려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장영달 전 국회의원(왼쪽)과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등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과학연구소장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장을 비롯해 군인공제회 등 국방부 산하 조직 직위에서도 추가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반기 장군 인사의 경우 국방부·합참 일부 고위직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 후보자의 취임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