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다지만, 골든타임은 공평하지 않다. 지상의 하루가 시계를 따라 흐른다면, 하수도 준설노동자의 하루는 숨과 함께 흐른다. 지하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숨 쉴 공기가 정한다. 산소가 희박한 관속에서는 숨 한 번에 사람이 무너진다. 깊이 들어갈수록, 오래 머물수록, 미지를 헤맬수록 위험은 커진다. 위험 속에 가장 짧게 머무는 것, 하수도 준설노동자의 안전은 그것으로 지켜진다.
안전보건공단 가이드에 따르면, 대기 중 정상 산소농도가 18%면 산소결핍증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의식을 잃고, 6%에서는 순간 혼절해 호흡이 멎는다. 산소가 희박한 관 속에서는 숨 한 번에 노동자가 무너진다. 준설노동자 최진영(38)씨는 이 위험에 대해 “잠깐 머리가 ‘띵’한 느낌을 받으면 늦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감각은 경고가 아니라 마지막 신호다.
경기도 한 산자락, 준설팀이 찾은 맨홀 옆 비탈에는 토사가 무너져 내린 흔적이 보였다. 산에서 쓸려 온 자갈과 흙이 배수구를 막자 갈 곳 잃은 물이 도로로 차올라 비탈을 타고 쏟아졌다. 흙탕물이 향한 아래쪽에는 민가와 주유소가 자리했다. 관이 막히면 물은 길을 바꾸고, 바뀐 길 끝에는 사람이 산다. 그 전에 누군가 내려가 흙과 돌 등을 꺼내야만 한다.
경기도 소재 한 준설업체에 근무하는 최씨와 윤기욱(38)씨는 2인 1조로 움직인다. 이날도 최씨는 지상을 위해 지하를 관리하러 내려갔다. 지하는 감(感)의 세계다. 들어가기 전까지는 문제의 원인이 모래인지, 쓰레기인지, 기름인지 알 수 없다. 미지의 지층을 삽으로 뒤적이면 묻혀 있던 황화수소가 순간 튀어 오른다. 당일 8시간 이내 근무, 한 번에 1시간 이상 지하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으로 새겨진 안전 매뉴얼은 위험을 없애지 못한다. 다만 위험 곁에 머무는 시간을 줄일 뿐이다.
박선희 ㈜지하 대표는 3년 전 지하 준설노동 현장을 처음 찾은 뒤 안전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핵심은 작업 시간의 단축이었다. 그는 “현실과 맞지 않는 관망도(배수관 등 수도시설을 표시한 도면 또는 수치지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지상에서 지하를 가늠하지 못하면 하수도에서 헤매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는 노동자가 직접 기록하고 서로 나누는 플랫폼을 계획했다. 준설 관계자들은 플랫폼 ‘유지맵’(UG-MAP·Under Ground-MAP)에 자유롭게 들어와 데이터를 만들고 고친다. 오늘 어떤 이가 남긴 기록은 다음에 그 뚜껑을 여는 이의 시간을 줄인다. 서로가 서로의 길잡이가 된다.
현장에서 쌓인 데이터는 이상을 미리 알아채는 ‘이상 탐지’(異常探知)로 이어진다. 문제는 같은 곳에서 반복된다. 준설노동자들은 문제가 자주 생기는 지점을 알아뒀다가 주기를 정해 세척한다. 박 대표는 이 비결을 앱 위에 올렸다. 반복 발생한 문제의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에 막힐 곳을 지도가 먼저 짚고 경고를 보낸다. 사람 대신 먼저 관에 들어가 미리 관리하는 ‘유지봇’(UG-BOT·Under Ground BOT)을 배수관 자율주행 로봇으로 키우는 것. 박 대표는 “5년 안에 실현하고 싶다”며 이를 “꿈의 경지”라고 불렀다. 위험을 감수하는 구조에서 위험을 차단하는 구조로, 보이지 않던 세계의 지도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으로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