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마다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이른바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행정 전반에 활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데이터 표준화와 기관 간 공유를 강화하면서 데이터 관리·거버넌스 전문기업들이 공공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전문기업 데이터누리는 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등과 ‘기관공유데이터 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계약을 맺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지난 7월 기관공유데이터 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했다. 배정예산은 약 6953만원으로,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국가 차원의 공유체계와 연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사업 핵심이다.
데이터누리는 2023년 이후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산림청, 기상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방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구광역시, 국토안전관리원 등에서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사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기관공유데이터 관리시스템은 각 기관 내부에 흩어진 공유 대상 데이터를 수집·가공·표준화해 관리하고 이를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플랫폼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이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AI 행정의 성능이 결국 데이터 품질과 연결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부터 개별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부처 간 칸막이 없이 공유해 분석과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국가공유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당시 행안부는 기관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활용과 개방까지 연결하는 범정부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는 제도적 기반도 한층 강화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공동 활용할 필요가 있는 데이터를 데이터통합관리 플랫폼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AI를 도입할 때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에 담겼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평가에서도 기관공유데이터 관리시스템이 별도 지표로 들어갔다. ‘2026년 공공데이터 제공 및 데이터기반행정 평가편람’은 2024~2026년 시스템 구축 기관 등을 대상으로 시스템 구축과 국가공유데이터플랫폼 연계 여부를 평가하도록 했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이 단순 전산사업을 넘어 정부 평가와 AI 활용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사업이 된 셈이다.
공공 데이터 관리 시장에서는 기존 전문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위세아이텍은 데이터 품질관리 솔루션 ‘WiseDQ’와 메타데이터 관리 솔루션 ‘WiseMeta’를 앞세우고 있다. WiseDQ는 데이터 정확성과 일관성, 완전성을 측정·관리하고 WiseMeta는 데이터 표준과 모델, 데이터 흐름 등 메타정보를 관리하는 제품이다.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 품질관리 수준평가 등 공공부문 표준 대응 기능도 제공한다.
실제 공공기관 구축 사례도 적지 않다.
위세아이텍은 서울시에 데이터 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진단과 품질 개선 체계를 마련했고, 국민연금공단에서도 메타데이터·데이터 품질관리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수행했다. 국민연금 사업에서는 데이터 표준사전 구축과 품질진단, 외부 연계 데이터 사전 품질진단 기능 등이 적용됐다.
공공데이터 개방용 솔루션 ‘WiseOpen’도 일찌감치 시장에 내놨다. 위세아이텍은 2013년 WiseOpen을 출시했고 2014년 공공데이터 개방 솔루션으로 GS인증을 획득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장과 함께 이를 분석해 정책에 활용하는 BI·AI 시장도 커지고 있다.
비아이매트릭스는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재정관리 ‘e호조+’ 정책지원시스템과 기획재정부 차세대 디브레인의 데이터 기반 정책관리시스템, 농림축산식품부 차세대 농림사업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에 참여했다.
공공조달시장에서는 대시보드·BI 솔루션 ‘i-CANVAS’, 분석 플랫폼 ‘i-STREAM’, 로우코드 기반 ‘AUD플랫폼’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들 제품은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 BI 솔루션 분야에서 최근 3년간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자연어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AI 에이전트 ‘TRINITY PRISM’ 등 생성형 AI를 데이터 분석 영역에 결합하는 방향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공공 데이터 시장의 무게중심이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에서 ‘표준화하고 연결해 AI가 바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공유데이터 관리시스템이 확산될수록 메타데이터 관리와 데이터 품질관리, 플랫폼 연계, BI·AI 분석까지 관련 시장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AI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를 단순히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기관 간에 같은 기준으로 연결하고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중요해졌다”며 “앞으로는 메타데이터 관리와 품질관리, 기관 간 연계 경험을 실제로 갖춘 업체 중심으로 공공 데이터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