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서 숨찬 거 아냐?…‘만성폐쇄성폐질환’ 의심해봐야

40세 이상 13%·70세 이상 30% 앓아…흡연·대기오염 등 위험 요인
운동할 때 숨차고 기침·가래 반복되면 의심…폐기능검사로 진단

평소에는 괜찮다가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몸을 움직일 때 유독 숨이 찬다면 단순히 체력이 떨어졌거나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폐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 번 손상된 폐 기능은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증상이 심해진 뒤 치료하기보다 위험 요인을 줄이고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력이 있거나 고령인 사람 가운데 예전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기침이나 가래가 반복된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걷기만 해도 숨이 차’…노화로 넘기기 쉬운 COPD

 

1일 의료계에 따르면 COPD는 기도나 폐포의 이상으로 공기의 흐름이 제한되면서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등 만성적인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2015~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국내 40세 이상 인구의 약 13%, 70세 이상 인구의 약 30%가 COPD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OPD는 폐의 성장과 노화 과정에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COPD의 가장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하지만 흡연만이 원인은 아니다. 실내외 대기오염과 과거 결핵 등 호흡기 감염, 유전적 요인, 연령과 성별, 기도 과민반응, 성장 과정에서의 폐 발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흡연력이 있거나 고령인 사람 가운데 예전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기침이나 가래가 반복된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흔한 증상은 서서히 심해지는 만성 호흡곤란이다. 특히 걷기나 운동처럼 활동량이 늘어날 때 숨이 차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으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래를 동반한 기침은 약 30%의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증상은 하루 중에도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폐 기능이 실제로 크게 떨어지기 전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대기오염, 독성 흡입 물질로 인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 폐 기능, 한 번 떨어지면 회복 어려워…조기 진단 필수

 

COP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기능검사를 통해 실제 기류 제한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폐기능검사는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뒤 강하게 내쉬게 해 폐에서 얼마나 많은 공기가 얼마나 빠르게 나오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다. 대표적으로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과 노력성 폐활량(FVC) 등을 확인해 기도 폐쇄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가 새롭게 도입됐다. 유병률에 비해 질환 인지도가 낮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COPD를 보다 일찍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폐기능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COPD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는 증상과 병력, 흡연력 등을 함께 고려해 해석해야 하며 다른 호흡기질환과 감별도 필요하다.

 

의료진은 특히 폐 기능이 이미 상당히 떨어진 뒤에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 금연이 가장 중요…숨참·기침 갑자기 심해지면 진료받아야

 

COPD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에서는 좁아진 기도를 넓혀 호흡곤란을 줄이는 ‘흡입형 기관지확장제’가 주로 사용된다. 환자의 증상과 급성 악화 위험 등에 따라 여러 흡입제를 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감염 등으로 호흡곤란이나 기침·가래가 갑자기 심해지는 ‘급성 악화’가 발생하면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산소치료나 비침습적 기계환기 등 호흡 보조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호흡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인 폐가 항상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폐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예방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이미 COPD가 발생한 경우에도 금연은 폐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대기환경도 살펴야 한다. 폭염이나 오존·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무리한 야외활동을 피하고, 평소보다 숨이 심하게 차거나 기침과 가래가 갑자기 늘었다면 급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의료진은 COPD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증상을 단순히 노화나 체력 저하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신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 뒤 치료를 시작하기보다 위험 요인을 줄이고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고령자나 흡연력이 있는 사람은 숨이 차는 증상을 단순히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폐기능검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OPD의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를 위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국 단위 COPD 환자 코호트를 통해 환자들의 임상 특성과 질환 경과, 급성 악화 위험 요인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