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내년 예산 25.7조원… ‘3대 메가’에 2조원 투입, 한전에 5000억원 수혈 [2027년 예산안]

올해보다 18.3% 증가
3대 메가프로젝트 예산 반영 본격화
전력망에 1.5조… 첨단산업 용수에 3862억

전기차 보조금 2.1조 역대 최대…10년 새 10배
에너지 예산은 ‘껑충’
환경 분야는 4.5% 증가 그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000억원로 편성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 약 2조원을 투입한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도 10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난 사상 첫 2조원대로 편성해 지원 물량을 올해 30만대에서 내년 43만대로 대폭 확대한다.

 

기후부는 2027년 기후부 예산 및 기금의 총지출을 올해보다 18.3%(3조 9737억원) 늘어난 25조7319억원으로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시스

‘3대 메가프로젝트’에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기반시설에 내년 약 1조935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경기·호남·충청권 등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 등을 구축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산단에는 대량의 물과 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전력수요 전망을 보면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반영한 2040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최대 전력수요는 24.3∼24.6GW(기가와트), AIDC 11.9GW 수준이다. 용인과 호남 반도체 산단에는 하루 약 200만t의 물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력망에 1.5조 투입… 한전 재무개선에 5000억 수혈

 

먼저 전력망 건설 등에는 1조5489억원이 투입된다.

 

기후부는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에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기를 미리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변전소를 선제적으로 짓는 데 658억원을 투입한다. 또 전기가 남을 때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꺼내 쓰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5724억원, 재생에너지으로 만든 전기를 기존 송전망에 더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한 ‘가상송전망’ 구축에 24억원을 편성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전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대규모 누적 적자를 떠안은 한전의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5000억원을 현금 출자한다. 지역별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으로 단기간에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 십수년에 걸쳐 대규모 전력망 투자까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직접 자본을 보강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자를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9년 한전이 약 2조원의 납입자본금으로 상장한 이후 정부가 한전에 현금 출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2021년 러우 전쟁 이후 전기요금 조정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서 한전의 누적 영업적자가 약 35조원 정도까지 쌓였다.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이 한 해 1조원 정도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절반 정도를 기후부 재정에서 지원해 줌으로써 재무구조 일부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취약계층과 초·중·고교의 동·하계 냉난방비 등을 지원하는 ‘전기요금 복지·특례’ 사업에도 기후부 재정이 3500억원 처음 투입된다. 해당 사업에 정부 예산이 직접 지원되는 것은 제도 시행 이후 처음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첨단산업 용수에 3862억… 호남 반도체 산단 물길 연다

 

첨단산업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는 데도 3862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용수 인프라 구축에 310억6600만원이 편성됐다. 내년에는 관로를 새로 놓고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오는 도수관로를 확충하기 위한 설계비와 초기 공사비가 주로 반영됐다.

 

수자원 확보에는 882억7400만원이 투입된다. 특히 동복댐을 증고해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 하루 약 35만t의 물을 추가 공급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와 설계·초기 공사비로 670억3800만원이 편성됐다. 하수 재이용 시설 기본조사·설계에도 3억원이 투입된다.

 

전력에 비해 용수 분야의 예산 규모가 적은 이유에 대해 기후부는 “내년도의 경우 용수 쪽은 기본 설계를 하거나 준비하는 단계에 있는 예산들이 대부분”이라며 “향후 5년간의 전체 사업비가 적지 않음에도 2027년도 예산만 반영했을 땐 전력 분야에 비해 용수 예산이 적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조금 역대 최대 2.1조

 

전기차 보조금 예산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내년도 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은 2조1403억원으로 올해(1조6114억원)와 비교해 32.8% 늘었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2017년 2000억원에서 2020년 7000억원, 2023년 1조9000억원, 올해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해왔다. 내년에는 처음 2조원대를 넘어서며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가 된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 전기충전소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뉴시스

보조금 지원 물량은 올해 30만대에서 43만대로 늘린다. 택시 등 영업용 차량까지 전환지원금을 도입한다는 것이 기후부의 계획이다.

 

차종별로 보면 승용차 지원 물량이 올해 26만대에서 내년 36만8160대로 가장 크게 늘어난다. 화물차는 3만5837대에서 6만1000대로, 승합차는 3500대에서 4500대로 확대된다. 다만 화물차 보조금 단가는 올해 1000만원에서 내년 800만원으로 낮아진다. 승용차는 300만원, 승합차 7000만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전기 이륜차 보급 사업 예산도 내년 230억원으로 편성돼 올해(160억원)보다 43.8% 증가했다. 배달용 전기 이륜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올해 10%에서 5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예산 ‘껑충’… 환경 예산은 4.5% 증가 그쳐

 

눈에 띄는 점은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등 ‘에너지’ 분야 예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예산을 올해(6480억원)의 2배 이상인 1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특히 공장지붕 태양광 융자 예산은 올해 1220억원에서 내년 5440억원으로 4.4배 늘렸다. 이를 통해 공장지붕 태양광 설비용량을 116MW(메가와트)에서 512M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예산도 올해보다 약 40% 늘린다. 가정형 태양광 지원 예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대비 2배 수준인 75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원 대상도 10만 가구에서 20만 가구로 확대한다.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18.3% 늘어난 데 비해 ‘환경’ 분야 예산은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후부 관계자는 “환경 분야 예산은 올해 13조4000억 정도 규모였는데 내년 14조원 수준으로 늘어 증가율이 4.5% 정도”라며 “에너지 분야에 비해 증가 폭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5년간 환경 분야 예산 증가율이 연평균 3.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4.5% 증가를 두고 과거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녹조 대응 예산이 올해보다 74.7% 늘었다.

 

낙동강·대청호·소양호 등 주요 수계를 점검하고 녹조를 집중 관리하기 위한 사업이 신설된다. 국가주도 녹조집중관리 대책사업에 1048억원, 녹조 대응을 위한 수계기금 사업에 522억원이 투입된다. 또 상수원 조류경보제 운영 지점에는 초분광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체계를 확대해 관련 지점을 기존 5개소에서 28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도시침수 예방을 위한 투자도 늘린다.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과 도림천 일대 지하방수로 설치 사업 예산은 올해 221억원에서 내년 815억원으로 268.8% 증가한다. 정부는 2029년 홍수기 전까지 주요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심화하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식 해수담수화 시설 2기도 새로 도입한다. 가뭄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로, 관련 예산 30억원이 편성됐다.

 

산업계의 녹색·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자금 공급 규모도 올해 8조7000억원에서 내년 10조6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친환경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채권’ 사업을 새로 도입해 15억원의 예산으로 7500억원 규모의 자금 공급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