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수 주류가 주류업계의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주업계가 잇따라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춘 제품을 내놓으면서 ‘16도 벽’이 무너졌고, 3~4도대까지 낮춘 막걸리도 등장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업계는 잇따라 알코올 도수를 15도대로 낮추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낮춘다고 1일 밝혔다. 출시 2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핵심 속성인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동시에 ‘취하는 음주’에서 ‘즐기는 음주’로 변화하는 주류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건강한 음주문화 조성에 동참하기 위해 주류 경고 문구를 주상표로 이동해 소비자 주목도도 높인다. 새 제품은 기존 재고가 소진된 후 이르면 9월 중순부터 식당과 주점, 할인점, 편의점 등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2006년 출시 당시 20도 소주를 앞세워 ‘부드러운 소주’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처음처럼은 이후 여러 차례 도수를 낮춰왔다. 출시 17일 만에 1000만병, 6개월이 되기 전 1억병, 4년여 만에 10억병을 돌파했으며, 2006년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100억병에 달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앞서 ‘새로’의 알코올 도수도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하이트진로 역시 올해 ‘진로’의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조정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주력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까지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특히 참이슬 후레쉬는 2024년 16.5도에서 16도로 조정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다시 도수가 낮아졌다.
후발주자인 오비맥주는 이달 말 무설탕(제로 슈거) 소주 ‘찰랑’을 출시한다. ‘찰랑’은 제주 동부 화산암반수를 사용한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가 15도다.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의 식당과 주점 등 유흥 채널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주요 대중 소주 브랜드들이 잇따라 15.7도를 선택하면서 소주 시장에서는 16도 이하 제품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막걸리 시장에서도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저도수 제품이 잇따르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알코올 도수 4.5도의 생막걸리 ‘원별’을 선보이고 주요 온라인 주류 커머스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홈술닷컴을 비롯해 술마켓, 술담화, 술픽, 딸꾹 등에 잇달아 입점하며 젠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원별은 막걸리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제품이다. 신맛과 묵직한 바디감을 줄이고 쌀 본연의 깔끔한 단맛과 은은한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골라담기와 구독 서비스 등 온라인 주류 플랫폼의 특성을 활용해 소비자가 저도수 막걸리를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맥주 시장에서는 알코올을 줄이거나 아예 없앤 제품을 내놓으며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제로’의 판매 채널을 확대하며 기존 캔 중심에서 음식점과 주점 등 외식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비맥주도 ‘카스 제로’, ‘카스 레몬 스퀴즈 0.0’ 등 논알코올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 역시 논알코올 맥주 제품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저도수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에는 국내 주류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자리 잡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집계됐다. 국내 주류 출고량이 300만㎘ 아래로 떨어진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맥주와 소주 출고량은 3년 연속 감소했고, 탁주 역시 2021년부터 5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류업계는 술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음주량과 도수를 조절하려는 소비자를 새로운 수요층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하면서 저도주와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맛과 향을 더한 주류, RTD(즉석 음용) 제품 등을 내놓으며 소비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논알코올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4년 81억원에서 2024년 704억원으로 10년 만에 약 9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앞으로도 논알코올·비알코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