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앞세워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할리우드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LA)가 과도한 세금과 규제 때문에 더는 세계 영화 산업의 ‘메카’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가에선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州) 지사를 겨냥한 노림수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3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할리우드 명배우 존 보이트(87)와 만난 사실을 소개했다. 앤젤리나 졸리(51)의 부친이자 확고한 공화당 지지자인 보이트는 트럼프에게 가장 우호적인 할리우드 스타로 통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025년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실베스터 스탤론(80), 멜 깁슨(70)과 더불어 보이트를 ‘할리우드 특별 홍보대사’로 위촉한 바 있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영화 및 텔레비전(TV) 산업에 강한 신념을 가진 훌륭한 사람”이라고 보이트를 소개한 트럼프는 곧장 “미국 영화·TV 산업은 무너지고 있으며, 이에 보이트는 절망했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TV 드라마 촬영 등 제작 사업이 캐나다 같은 외국으로 몽땅 이전하고, 더는 미국에서 관련 작업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할리우드는 완전한 재앙”이라며 “이는 캘리포니아에 매우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보이트는 위기에 처한 할리우드의 영화·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구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세금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것을 트럼프에게 강력히 건의했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민주당 주지사가 집권 중인 주들에선 가뜩이나 많은 돈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에 (세금 감면 혜택은) 반드시 초당적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여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구하기 위한 법안을 즉시 마련할 것을 제안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할리우드의 연예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LA에서 이뤄지는 영화·드라마 촬영 일수는 2022년 한 해 3만6792일이었던 것이 불과 3년 만인 2025년 1만9694일로 크게 줄었다. LA의 영화 산업 고용은 2022년 말 약 14만2000명에서 2024년 10만명으로 감소했다. 할리우드에서 일하던 목수, 의상 담당자, 음향 기사, 카메라 기사, 운전 기사, 세탁사 등 소상공인들이 직장을 잃었다는 뜻이다.
그러는 사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탱해 온 대형 스튜디오 등은 캐나다, 영국, 폴란드 등으로 이전했다. 마이클 린턴 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스튜디오 부지들이 이제 ‘유령 도시’처럼 보인다”며 “LA가 (자동차 산업이 몰락한) 디트로이트처럼 되어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가 오는 2028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트럼프의 주장은 결국 ‘민주당이 장악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높은 세금·비용·규제로 인해 할리우드가 망해 간다’는 의미이기 떄문이다. 반면 뉴섬은 연방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트럼프 비난 수위를 연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