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캐릭터, 팬텀이 돌아온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40주년 무대

파리 오페라극장의 팬텀이 돌아온다. 흰 가면과 붉은 장미, 객석 위로 추락하는 샹들리에, 볼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지하수로 장면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명곡들로 심장을 두근거리게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다. 1986년 런던 초연 40주년이자 2001년 한국 초연 25주년을 맞아 12월 22일 서울 블루스퀘어 내년 2월28일까지 공연된다.

 

2026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 

뮤지컬 역사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차지하는 위상은 특별하다. ‘캣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만든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자 거대한 무대와 음악, 장기공연과 세계 각지의 프로덕션을 결합한 ‘메가뮤지컬’의 완성형이자 최대 성공작으로 꼽힌다. 로이드 웨버의 음악에 해럴드 프린스의 연출, 질리언 린의 안무, 마리아 비외른손의 무대·의상이 결합했다. 1986년 10월9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뒤 1988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뉴욕에서는 2023년 폐막할 때까지 35년간 1만3981회를 공연해 브로드웨이 최장수 공연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세계 217개 도시에서 23개 언어로 공연돼 1억6000만명 넘는 관객이 봤다.

 

2001년 한국 초연 당시 ‘오페라의 유령’ 중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초연에서 크리스틴을 연기한 사라 브라이트먼과 팬텀 역의 마이클 크로퍼드는 작품의 성공과 함께 뮤지컬사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1987년 발매된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은 영국 앨범 차트 1위까지 올랐다. 뮤지컬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번째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팬텀이 있다. 흉측한 얼굴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젊은 코러스걸 크리스틴의 재능을 알아보고 비밀스러운 ‘음악의 천사’가 돼 그녀를 프리마돈나로 성장시킨다. 하지만 크리스틴이 어린 시절 친구인 귀족 청년 라울과 사랑에 빠지면서 팬텀의 사랑은 질투와 집착으로 치닫는다. 괴물과 미녀의 고딕 로맨스에 예술가와 뮤즈, 사랑과 소유라는 이야기가 겹친다. ‘The Phantom of the Opera’, ‘The Music of the Night’, ‘All I Ask of You’, ‘Think of Me’ 등 웅장함과 서정성을 오가는 로이드 웨버의 선율이 이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끌고 간다.

 

‘오페라의 유령’의 2009년 두번째 무대.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뮤지컬사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산업 형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01년 12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한국어 초연은 당시로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100억원대 제작비와 7개월 장기공연으로 시작했다. 결과는 유료 객석점유율 94%, 관객 24만명, 매출 192억원으로 대성공했다. 대형 자본을 투입한 뮤지컬의 장기공연이 상업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한국 뮤지컬의 산업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뿐 아니라 세일즈와 마케팅 등 공연산업 전반의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대중적인 뮤지컬 관객층을 넓히는 계기도 됐다. 

 

2026 ‘오페라의 유령’을 위해 지난해 12월 치뤄진 오디션에서 제시된 팬텀과 크리스틴 요건. 에스앤코 홈페이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팬텀 윤영석과 크리스틴 김소현은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여러 스타가 출연하며 이 작품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무대이면서 이미 정상에 오른 배우에게는 다시 한번 기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됐다.

 

이번 공연은 2001년과 2009년, 2023년에 이은 네 번째 한국어 프로덕션이다. 특히 세계 초연 40주년과 한국 초연 25주년이 겹친 해에 마련돼 의미가 크다. 마리아 비외른손이 창조한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와 지하 미궁, 촛불 사이를 가르는 배, 가면무도회 등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미학도 그대로 만난다. 새로운 팬텀과 크리스틴이 누가 될지도 이번 시즌의 가장 큰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