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재보궐 선거 직전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그래프가 지금까지 세 달째 우하향이다. 대통령의 지지율, 업무수행 평가는 숫자로 나타나지만 실은 절대평가, 상대평가, 시계열적 평가라는 세 축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삼차원적 좌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년간은 세 축 모두가 좋았다. 미국·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정책을 비롯한 실용적 면모로 절대평가가 높았다. 비상계엄을 일으켰다가 탄핵당하고 수감 중인 전임자와 지리멸렬한 야당에 대한 상대평가는 말할 것도 없다. 모난 발언을 쏟아내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듯하던 과거 정치인 이재명에 비해 한층 성숙한 대통령 이재명에 대한 시계열적 평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상대평가의 유효기간은 이미 다했다. 더 써먹으려 하면 역효과가 난다. 시계열적 평가의 기준은 좋았던 지난 1년이다. 절대평가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호시절은 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지지층이 후끈 달아오른 전당대회가 치러졌고 대통령의 페르소나인 직전 총리가 여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아직 별 효과가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안간힘을 쓰는 것 같긴 하다. 지난달 30일엔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법무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이틀 뒤엔 청와대 정책실장도 물러났다. 여당엔 30개가 넘는 기구가 신설돼 ‘전 의원의 당직화’를 방불케 하는 총동원 체제가 가동됐다. 그래도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열심히 안 해서, 게을러서가 아니다. 방향성의 문제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6월 선거 결과는 정부·여당 입장에선 딱 적절한 예방주사라 할 만했다. 아쉬움도 적지 않았지만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압승을 거뒀다. 야권의 오세훈, 유의동, 한동훈 등의 당선은 ‘윤어게인’ ‘구태’가 아닌 인사라는 점에서 여당을 때리는 회초리라는 신호음으로 받아들이면 됐다.
보수진영과 야당을 향한 날 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 대통령 후보 시절과 180도 달라진 부동산 정책 기조, 공소취소 군불 때기는 대통령이 책임질 몫이었고 선거 막바지까지 텃밭 전북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던 전략 부재와 평택을 공천을 둘러싼 범여권 분열은 당이 책임져야 할 몫이었다.
그때 이미 이 대통령과 민주당 앞에 양 갈래 길이 나와 있었다. 그 선거 결과를 쓴 약으로 삼고 민심을 따르는 것이 첫 번째 길이었고 두 번째는 하던 대로 더 열심히 하는 것.
그리고 지난 세 달간, 정부 여당은 하던 대로 열심히 달렸다. 일반 국민도, 여당 지지층이 반대했고 법무부 장관도 난색을 표하던 보완수사권이 완전 폐지됐다. 총리실에 검찰개혁TF를 설치했던 김민석이 전당대회에 나서며 정부입법안 제출 포기를 선언하고 ‘완전폐지가 확고한 소신’이라고 천명했다. 전당대회는 누가 누가 검찰을 잘 때리냐라는 경쟁으로 변했다. 그나마 중도소신파 느낌이 나던 정성호 법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사의를 천명한 끝에 물러났고 그 빈자리에는 ‘공소취소모임’ 대표인 여당 법사위 간사가 지명됐다. 그러는 사이 광주광산경찰서 장윤기 사건에 이어 제주서부경찰서 부 경장 사건이 터졌지만 중하위직 경찰에서만 곡소리가 났다.
여당이 예고했던 대로 검찰개혁 다음은 사법개혁 차례니, 대법원장 잡도리다. 대법관 제청권·임명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데 힘이 센 쪽은 청와대와 여당이다. 그런데 그 줄다리기에서 이기면 민심은 더 악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는 어렵지만 계곡 불법 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라며 “권력은 규제, 세제, 금융, 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권력의 의사와 의지”라고 SNS에서 말한 이래 여전히 전쟁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조기 대량 공급, 투기 수요 억제, 고금리에 의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SNS 글을 올렸다.
다시 말하지만 속도와 실천이 문제가 아니다. 방향이 문제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당정청이 합심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방향으로 더 열심히 달리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