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뒤피(1877∼1953)의 그림을 본다. 이렇게 매우 우중충한, 혼자 감당하기 힘든 뉴스가 범람하는 날에는 뒤피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과 경쾌하고 낙관적인 활력이 필요하다. 나는 온몸으로 그의 그림을 들이마신다. 그가 그린 르아브르의 바다로 뛰어든다. 뒤피만큼 바다를 많이 그린 화가가 있을까? 그것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 르아브르 바닷가를!
물론 외젠 부댕, 클로드 모네, 조르주 브라크, 알베르 마르케 등도 르아브르 바다와 항구를 그렸지만, 그래도 나는 뒤피의 바다 그림이 더 좋다. 뒤피가 그린 바다는 사람들 속에,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를 지었다”는 그 미소가 재치 있게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파리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인 르아브르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르아브르 항구는 대서양 횡단 여객선과 화물선들의 종착점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열네 살 때부터 커피 수입 상사에서 일하며, 밤에는 시립미술학교에 다녔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배 갑판 위에서 보냈겠는가. 그 영향으로 그는 평생 고향 바다, 르아브르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 또는 눈부신 물결의 움직임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호수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바다는 그를 재생하고, 재생시키는 평생의 충전기였다. 그 때문인지 그의 수채화 바다 그림은 유난히 색채가 더 아름답고, 정답고, 활기차고, 음악적이다.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