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수용자 기획 파급력 커… 탐사보도 소재 편향은 개선을” [독자권익위]

제1기 세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이민규 위원장
“문제 제기 넘어 의제설정 보도 돋보여
‘예술경제’ 기획은 시의성·독창성 겸비”

김용상 위원
“폭염에 새벽공사 日 기사 현장감 생생
‘낮 가리는 중’ 재치있는 제목도 눈길”

안진걸 위원
“‘사건 속으로’ 軍·경찰문제 다룬 연재보도
탐사보도 못잖은 큰 울림 줘 후속 기대”

윤지로 위원
“에너지전환 청구서, 중립적 문제 접근
동일 용어 기사마다 다른 표기 주의를”

조영석 위원
“고립사 등 기획물들 약자에 치우쳐
정치면 조롱성 제목 편파논란 우려”

조영준 위원
“공공입찰 부정수급 현장 추적 대안 제시
반도체 호황 이면 고용문제 제기 적절”
세계일보 제1기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이민규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사회로 온라인 제5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를 비롯해 ‘노인과 교도소’, ‘닫힌 문 너머’, ‘줄줄 새는 공공재정’ 등 세계일보의 탐사·심층보도에 호평이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을 균형 있게 따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고령 수용자와 사회적 고립 등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현장 취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깊이 있게 조명했다는 평가다. 정보공개 청구와 미공개 자료 확보, 현장 추적을 바탕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적 대안까지 제시한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성장률 호조 이면의 청년 고용과 체감경기 문제를 짚은 경제 보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관련 밀착 취재, 예술을 경제적 관점에서 조명한 ‘예술경제 시대’, 세계적 흐름을 현장에서 포착한 국제 기사와 ‘사건 속으로’ 등 심층기획과 연재물에 대해서도 다양한 현안을 입체적으로 다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탐사·기획 보도의 소재가 일부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성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문과 함께, 같은 개념을 기사마다 다르게 번역·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윤지로 클리프 대표, 조영석 한국PR협회장,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참석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고, 세계일보에서는 우상규 편집국 부국장이 참여했다.

 

◆재생에너지 새 시각·사회적 약자 조명 호평



위원들은 8월 한 달간 세계일보가 보도한 탐사보도 가운데 ‘‘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에 대해 현장 취재와 해외 사례를 함께 제시하는 등 알찬 탐사보도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회적 연결이 끊긴 위기 가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닫힌 문 너머’와 고령화가 심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고령 수용자 문제를 짚고 대안까지 제시한 ‘노인과 교도소’도 주목을 받았다.

 

8월17일자 7면 <‘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 시리즈>

윤지로 위원=“17일부터 4회에 걸쳐 다룬 ‘‘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 탐사보도는 재생에너지 가격의 적정성과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다뤘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해당 기사가 많이 회자됐다. ‘재생에너지의 진짜 가격은 무엇이냐’는 문제의식이 대담하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사회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잘 접근했다. 더불어 마지막 편에서는 유럽을 무조건 롤모델로 칭송하는 기존 기사들과 달리, 어떤 부분이 잘못되고 있는지까지 풀어내 기사가 입체적이었다. 다만 아쉽다면 현장감이 다소 부족했다. 온라인에는 현장 사진이 잘 담겼는데 지면에는 거의 없어 아쉬웠다.”

 

8월10일자 4·5면 <노인과 교도소 시리즈>

이민규 위원장=“‘노인과 교도소’는 올해 세계일보 탐사기획 가운데 취재 밀도와 사회적 파급력 면에서 상위권에 놓일 만한 성취다. 직접 관찰 취재의 규모, 당국 미공개 자료의 확보, 보도 기간 중 정책 반응 유발이라는 세 요소를 모두 충족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문제 제기형 보도를 넘어 의제 설정형 탐사보도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취재 방법을 본문에 명시하고 제도 요건을 개별 사례에 하나씩 대입해 검증한 설계는 국내 신문 탐사보도의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다만 표본 편향의 미고지, 피해자 시각의 전면적 부재, 결론부의 취재원 종속, 온라인 패키징의 미완성은 위원회 차원에서 짚어야 할 사안이다. 특히 네 번째 항목은 지면이 이룬 성취를 온라인에서 절반밖에 전달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로, 개선이 필요하다.”

 

8월13일자 1면 <줄줄 새는 공공재정 시리즈>

조영준 위원=“13일과 14일 게재된 ‘줄줄 새는 공공재정’은 57개 준정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최근 5년간 부정수급 업체 명단을 분석했으며, 허위 수출 실적을 만들어 정책자금을 타내는 ‘보조금깡’ 브로커 현장까지 추적했다. ‘부정수급이 많다’는 지적에 그치지 않고 자료 확보, 기관 간 데이터 비교, 제도적 허점 발견, 실제 업자 취재, 개선 방안 제시라는 탐사보도의 구조를 갖췄다. 24일부터 보도한 ‘닫힌 문 너머’ 고립사 연속기획은 나주영 부산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립사 262건을 분석하고, 중장년 고립 경험자와 사회복지 관계자를 직접 인터뷰했다. 고립을 ‘혼자 사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이 끊긴 위기 가구의 문제로 재정의한 점이 특히 의미 있다.”

◆성장의 그늘·생활 현장 짚은 경제·사회 보도

경제성장과 엇갈린 고용 상황을 분석한 기사,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관련 보도, ‘예술경제 시대’ 시리즈, 세계적 흐름을 짚은 국제 기사, ‘사건 속으로’ 연재보도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과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안을 잘 다뤘다는 호평이 나왔다.

조영준 위원=“숫자 뒤에 숨은 구조적 문제를 파고드는 기사가 눈에 띄게 늘어난 한 달이었다. 반도체 수출과 성장률 호조 뒤에 청년 고용·임금근로자·가계부채·생활물가가 어떤 상황인지 별도로 다뤄 성장과 국민 체감경기를 분리해 보여준 점이 적절했다. 19일 ‘KDI, 성장률 3.2%로 0.7%포인트 상향… 반도체가 끌었지만 고용·민간소비는 ‘싸늘’’은 전망 상향을 낙관적으로만 다루지 않고 고용 전망 하향을 함께 짚은 점이 좋았다. 후속으로 ‘반도체가 GDP(국내총생산)를 얼마나 끌어올리고 실제 국내 고용·임금·세수에는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분석하는 기사도 보도하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13일 ‘취업자 10만명 늘었다지만… 일하는 청년 19만명 줄었다’는 이달 경제기사 중 독자가 가장 체감할 수 있었던 기사다.”

윤지로 위원=“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일시 허용 이후부터 밀착 보도를 잘해 왔다. 7일 김소희 의원실 자료를 통해 서울·경기가 이미 한도의 60%를 소진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의미 있는 단독이다. 다만 예외를 인정받은 기간 동안 서울·경기가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도 나왔으면 좋겠다.”

 

8월7일자 14면 <세계는 지금>

김용상 위원=“6일 19면 지방기획 인천편과 13일 21면 수원편은 굉장히 좋은 기사다. 지방 발전과 서울 집중화 해소 등을 이야기하면서 국책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먼저 해야 할 것은 지방에 대한 인식 개선과 브랜드화, 즉 상품화다. 이번 지방기획에서 두 도시를 심도 있게 소개하고 제물포구청장과 수원시장 인터뷰 기사를 함께 실으면서 두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더불어 6일과 20일 26면에 실린 ‘한국에 살며’ 칼럼도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담았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다. 7일 14면 일본에 대한 기사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새벽 공사, 야간 축제 등 무더위로 낮을 피하는 일본 현지의 모습을 ‘낮 가리는 중’이라는 재치 있는 제목으로 뽑은 것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민규 위원장=“‘예술경제 시대’ 시리즈는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기획이다. 예술을 문화면의 감상 대상이 아니라 ‘경제’의 눈으로 재조명하는 각도는 종합지에서 선점하기 쉽지 않은 프레임이며, ‘K컬처 다음 주자’로 K아트를 포착한 의제 설정은 시의성과 독창성을 겸비했다. 7일 ‘새벽 공사·야간 축제… 사계 잃은 일본, ‘낮’ 가리는 중’과 20일 ‘‘편의점 알바봇’ 포장도 척척… 실생활 파고든 중국 휴머노이드’, 21일 ‘고물가·주거비에 지친 민심… 미국 민주사회주의 돌풍 키웠다’ 모두 기후 뉴노멀, 체화지능 로봇, 미국 좌파의 부상 등 세계적 흐름을 짚은 트렌드 해설 기사로 국제면의 존재 이유에 부합했다. 특히 일본·중국 기사는 특파원 현장 취재에 기반해 차별성을 확보했다.”

안진걸 위원=“탐사와 특집에 강한 신문 세계일보에 대한 국민과 시민사회의 기대는 매우 크다. 저널리즘의 본령에 탐사와 특집보도가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탐사·특집보도와 기획보도는 계속돼야 하고 더욱 강화돼야 한다. 탐사·특집과 함께 연재보도의 의미도 각별하다. 최근 김수연 기자의 ‘사건 속으로’ 연재보도는 탐사·특집 못지않은 큰 울림이 있었다. 22일 여전한 군대 내 가혹행위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보도와 7월31일 창원 지역 경찰의 부실·안일한 조치로 발생했다는 논란이 있는 성범죄 전력자에 의한 청소년 사망·중상 사건에 대한 설명 보도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공적 기관인 군대와 경찰 관련 이슈를 아주 상세히 다뤘다.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의 심각성과 창원 지역 청소년 사망·중상 사건에서 경찰의 사전·사후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잘 보여줬다. 향후 두 사건의 후속 상황도 ‘사건 속으로’ 연재 코너에서 다뤄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제목 품격·기획 다양성·용어 통일 개선 주문

조롱하는 듯한 제목, 특정 소재에 치우친 기획, 외래어·외국 용어의 일관되지 않은 한글 표기 등은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지적됐다.

조영석 위원=“6일 5면에 ‘당권파도 쇄신파도 파(도)파(도)고(구마) 국힘’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실제 국민은 여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지리멸렬과 자중지란에 빠진 야당에 답답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론지에서 특정 정당을 조롱하는 듯한 ‘파파고 국힘’이라는 제목을 다는 것은 신문의 품격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바로 위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기사가 있는데, 그 제목은 ‘진짜 전국 정당 길 열 것’이었다. 편파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24일부터 게재한 고립사 기획 시리즈 ‘닫힌 문 너머’도 잘 보고 있다. 현장감을 살린 르포는 세계일보의 특장점이지만, 독자들은 기획물이 지나치게 사회부 일색, 특히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기획물에 치우쳤다고 느낄 수 있다. 10일 탐사기획도 ‘노인과 교도소’였다. 일종의 편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재의 다양성에 대해 좀 더 고민해 주면 좋겠다.”

윤지로 위원=“7일 사회부 기자가 종합면에서, 특파원이 기획면에서 각각 폭염 기사를 다루면서 WBGT를 한쪽은 ‘온열지수’, 다른 쪽은 ‘더위체감지수’로 표기했다. WBGT는 ‘Wet Bulb Globe Temperature’의 약자로, 원래는 ‘습구흑구온도’로 풀이된다. 기상청은 ‘온열지수’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언론사에서 보도한 기사인 만큼 용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

김용상 위원=“3일 로메로 주한 파라과이 대사 인터뷰는 7월26∼29일 룰라 브라질 대통령 방한 이후 한·메르코수르(Mercosur·남아메리카공동시장) 무역협정 재추진에 대한 평가를 듣는 자리였지만, 다소 생뚱맞아 보였다. 파라과이도 메르코수르 정회원국이기는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이재명 대통령의 남미 순방 노선에 포함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대사와 인터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월30일 26면 ‘설왕설래’에서는 친족 특례를 다뤘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범행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현직 경찰 중간 간부 아버지와 담임교사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10대 아들의 휴대전화를 부순 경찰관 등의 사례를 언급한 것처럼, 구시대적 법률이 21세기 현실에도 적용되는 것이 타당한지 분석하는 기사도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