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부동산 이면계약 대출사기 급증 ‘비상’

금융사기 수법 고도화로 골머리

과거 내부직원 횡령 사고가 최다
최근 외부인에 의한 사기 늘어나
2026년 외부사기 비중 86.7% 달해

실거래가보다 높은 대출금 ‘먹튀’
한 기업에 여러 은행 당했는데도
내부 이상징후 탐지 작동 안 해
전문가 “여신심사 기준 강화해야”

주요 시중은행에서 부동산 이면계약을 이용한 조직적 대출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그동안 내부 임직원의 횡령에 의한 금융사고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 서류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대출 이후라도 실사에 나가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1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권 자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인천·부천·일산 등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이면계약 관련 대출 금융사고는 최근 2년여(2023년 5월∼2025년 10월)간 총 136건에 이른다. 관련 사고금액은 1091억1000만원에 달한다.

 

과거 금융권은 내부 직원이 저지른 금융사고로 골머리를 앓았다. 직원이 시재금을 직접 편취하거나 본인·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현금 입금 없이 전산으로만 처리하는 업무상 배임, 횡령·유용 등이 연이어 터졌다. 이후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자체 사고는 줄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을 이용한 외부인 사기대출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전체 금융사고 대비 외부 사기 비중은 2022년 27.3%에서 2023년 26.7%, 2024년 35.3%였지만 지난해 76.3%로 치솟았다. 올해 7월 말에는 86.7%까지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직원 배임·횡령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은행들이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도입하거나 전 영업점 폐쇄회로(CC)TV를 본부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을 강화하며 내부 사고는 줄었지만 외부인에 의한 부동산 대출사기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사기 수법은 주로 실제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을 적은 계약서를 제출해 대출금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분양 상가를 5억원에 분양하면서 은행에는 10억원 기준으로 작성한 이면 계약서를 제출한다. 부풀려진 대출금(6억∼8억원)이 나오면 시행사는 약속한 돈만 가져가고, 차액은 브로커와 수분양자가 수수료로 챙기는 것이다.

 

한 기업에 의해 여러 은행이 사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하나은행이 한 기업으로부터 금융 사기를 당해 총 702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세 은행 모두 내부 이상징후 탐지 등을 통해 사기당한 사실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와 다른 금융회사의 사고 공시 등 외부 경보가 울린 뒤에야 사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중국법인에서 80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수개월간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은행권에서는 차주가 작정하고 대출 서류를 꾸미면 속기 쉬운 구조라는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사기 수법을 보면 분양 계약서 자체는 진짜지만 금액을 부풀린 경우가 많아 진위를 알기 어렵다”며 “신용대출의 경우 정부에서 소득·건강보험 등 공인된 정보를 주니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공인된 서류가 없어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 자체적으로 혹은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 가치나 서류 진위를 평가할 수도 있지만 관련 대출이 많이 진행되다 보니 매번 세세하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신심사 기준을 더 강화해서라도 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기 수법이 점차 고도화되다 보니 예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신 심사위원회 인원을 보강하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을 시행하고 나서 직접 부동산에 찾아가 가치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경찰이 아니라서 실사를 나가도 확인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사후까지 관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