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후발주자인 중국 반도체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메모리 초격차 유지를 위한 ‘CUBE(큐브)’ 전략을 꺼내 들었다. 용량(C)과 최적화(U), 대역폭(B), 효율성(E)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반도체 칩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범용(일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칩 시장 패권까지 차지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최장석 삼성전자 DS부문 상품기획팀장(상무)은 1일 ‘세미콘 타이완 2026’의 전야제 행사인 ‘메모리 이그제큐티브 서밋’ 기조연설에서 CUBE 전략을 발표했다. CUBE란 반도체 성능을 결정짓는 4가지 요소인 용량과 최적화, 대역폭 크기, 효율성 분야의 기술력을 끌어올려 독보적인 성능의 메모리 칩 개발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우선 메모리 용량 확대를 위해 ‘수직 증축’ 기술을 고도화한다. 기존에는 메모리 칩의 용량을 키우려면 데이터 처리를 담당할 반도체 소자를 회로기판(PCB)에 최대한 많이 붙여야만 했다. 이 때문에 용량이 큰 메모리 칩은 부피가 월등히 컸다. 삼성전자는 기판 크기를 늘리는 대신, 수직으로 증축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반도체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부피를 키우지 않고도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똑같은 크기라도 메모리 용량은 월등히 높은 칩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다.
반도체 성능의 마지막 요소는 ‘효율성’이다. AI 서버는 수많은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만큼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칩 하나가 사용하는 전기가 줄수록 AI 업체는 전기 사용량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들이 원하는 ‘고효율’ 제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상황도 삼성전자에 괜찮은 편이다. CUBE 전략이 성공하려면 막대한 기술개발비가 필요한데, 반도체 가격이 날로 고공행진하면서 기술 개발 자금을 수월하게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5달러로 전달(24달러)보다 4.2% 상승했다. 2016년 6월 조사 시작 당시(2.9달러)와 비교하면 8배 이상 올랐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D램 가격이 오를수록 경쟁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