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타인에게 고의로 어깨를 부딪치는 이른바 ‘부츠카리(어깨빵)’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현지 조사 결과 일본인 7명 중 1명이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전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래퍼 스윙스의 검증 콘텐츠와 아이돌 그룹 리센느 멤버 미나미, 모델 주우재의 피해 사실까지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마찰이 아닌 약자를 겨냥한 비겁한 위협으로 변질한 일본의 어깨빵 현상을 살펴봤다.
◆ 추성훈·스윙스도 나선 일본 내 ‘어깨빵’
‘부츠카리(ぶつかり)’는 ‘부딪침’을 뜻하는 일본어로 길거리에서 타인에게 고의로 어깨를 부딪치거나 밀쳐 넘어뜨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로 인파가 몰리는 번화가나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나 노인, 여성 등 약자를 대상으로 행해진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어깨빵’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같은 행위가 최근 일본 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며 이를 직접 확인해보려는 취지의 콘텐츠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추성훈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스윙스와 함께 어깨빵하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일본 도쿄 시부야 사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눈에 띄는 옷을 입었던 추성훈이 평범한 검은색 티셔츠로 환복까지 했지만, 두 사람에게 어깨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덩치 큰 두 명이 걸어가는데 누가 부츠카리를 하겠느냐”, “상대도 봐가면서 부딪히는 것”이라는 댓글을 달며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대상을 표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 리센느 미나미부터 주우재까지…철저히 계산된 ‘충돌’
리센느 미나미에게 어깨빵을 시도하는 남성이 포착된 적도 있었다. 지난 6월에 리센스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부)’에 올라온 영상에서 원이와 미나미는 일본의 ‘갸루’ 차림으로 도쿄 시부야구의 스크램블 교차로를 찾았다.
시부야의 대표 랜드마크인 스크램블 교차로는 5개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동시에 바뀌며 수백명의 보행자가 한꺼번에 길을 건너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이와 미나미는 이곳에서 ‘파라파라’ 춤 영상을 찍기로 했고 두 번의 시도 끝에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 일본인 남성이 갑자기 이동 경로를 바꿔 미나미 쪽으로 충돌할 듯 접근했다. 다행히 미나미가 몸을 살짝 틀어 남성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남성은 원이와 미나미를 지나친 뒤에도 뒤돌아서 두 사람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어깨빵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주우재 역시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오늘의 주우재’를 통해 관련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종국과 일본 도쿄 여행을 한 주우재는 “부츠카리가 타깃(대상)을 진짜 누구보다 더 골라서 한다. (그걸) 정확하게 느꼈다”며 김종국과 동행했음에도 자신만 어깨빵을 당했다고 밝혔다.
주우재는 “심지어 여성분에게 당했다. 어깨를 ‘툭’치고 지나갔는데 그 순간 돌아보지 않으려고 모른 척한 내가 너무 초라했다”며 “나만 봤다고 생각했지만, 김종국도 보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종국 또한 “(주우재가) 정확하게 부츠카리를 당했다”며 상황을 증언했다.
◆ ‘제재’ 아닌 ‘화풀이’…약자 노린 비겁한 폭력
일본 조사기관 아이코닉에서 2024년 11월 2만17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어깨빵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14%(3030명), ‘어깨빵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5%(1063명)라고 답변했다. 성별로는 여성 5292명 중 15%(806명), 남성 1만5645명 중 13%(2093명)가 어깨빵을 당했다고 답해 여성의 피해 비율이 소폭 높았다.
일각에서는 길에서 휴대폰을 보는 등 일본사회 내 무례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제재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제로는 상대적 약자에게 개인의 좌절감과 분노를 투사하는 행위라는 의견에 무게를 둔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들이 ‘상대가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도 사실은 사회에서 얻은 좌절감을 무고한 타인에게 화풀이하는 심리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로 외국인이나 여성 등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사회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 큰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 교수는 “단정하긴 어려우나 국내에서도 사회적 좌절감이 커지는 만큼 일본의 사례를 모방해 선량한 시민을 노리는 어깨빵을 비롯한 ‘묻지마 범죄’ 등의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