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에게는 경기장 밖에서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있다. 훈련 뒤 몸이 아파 약을 찾을 때다.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감기약을 사거나 근육통 때문에 진통제를 찾는 순간에도 약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국가대표 선수에게는 그렇지 않다. 같은 질환에 사용하는 약이라도 성분과 투여 경로, 사용 시점에 따라 도핑방지규정 적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는 진료나 약 구매 과정에서 도핑검사 대상 선수임을 알리고 복용 전에 금지성분 포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치료에 금지성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목적사용면책(TUE) 절차도 밟아야 한다.
실제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위원장 양윤준)는 일반의약품인 감기약에도 경기기간 중 금지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KADA에 접수된 한 감기약 문의에서도 해당 의약품에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과 슈도에페드린염산염 등 경기기간 중 금지성분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탈모 치료제가 실제 도핑 사건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스페인 아틀레틱 빌바오의 수비수 예라이 알바레스는 2025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뒤 도핑검사에서 금지성분인 카레논이 검출됐다. 알바레스는 탈모 치료를 위해 사용한 약물로 인해 해당 성분을 비의도적으로 복용했다고 설명했고, UEFA는 이후 이를 ‘비의도적 도핑방지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10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KADA는 올해 병원·약국에서 선수들이 지켜야 할 행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대한약사회와 ‘약사님, 저는 선수입니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도핑 사각지대를 병원과 약국까지 넓혀 비의도적인 규정 위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KADA 공식 도핑검사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도핑검사는 총 7500건이었다. 경기기간 중 검사는 3279건, 경기기간 외 검사는 4221건으로 경기장 밖에서 이뤄진 검사가 942건 더 많았다. 전체의 56.3%가 경기기간 외 검사였다.
도핑검사는 2021년 6185건에서 2022년 6617건, 2023년 7311건, 2024년 7581건으로 증가한 뒤 2025년 750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21.3% 증가했다. 2025년 검사 시료는 소변 6353건, 혈액 816건, 건조혈반(DBS) 331건이었다.
검사와 함께 도핑방지 교육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KADA의 2025년 교육 성과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 이수자는 총 55만1578명, 오프라인 교육 대상자는 6만2269명으로 총 61만3847명에 달했다.
이처럼 선수들이 약물 성분을 확인하고 교육을 받는 등 도핑 위험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금지약물 검색서비스 이용량에서도 확인된다. KAD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검색 건수는 53만5631건이었다. 선수 50만2854건, 의약사 9186건, 지도자 7241건, 기타 1만6350건이다.
선수 검색은 2021년 22만2921건에서 2022년 37만4052건, 2023년 46만8373건, 2024년 50만2854건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2.26배 늘었다. 전체 검색도 2021년 24만6395건에서 2024년 53만5631건으로 2.17배 증가했다.
2024년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선수 검색은 약 1377건, 전체 검색은 약 1465건이다. 한 선수가 여러 차례 검색할 수 있어 실제 이용자 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 2021년 이후 서비스 용역사 변경에 따라 통계 산출 방식이 이용자 수에서 약학정보원의 검색 횟수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약물 성분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도핑방지규정 위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국내 도핑방지규정 위반은 20건이었고, 이 가운데 15건이 비의도적 위반이었다. 전체의 75%다. 비의도적 위반은 2021년 4건(22%), 2022년 11건(44%), 2023년 4건(19%)에서 2024년 15건(75%)으로 크게 늘었다.
질병이나 부상 때문에 금지성분이 포함된 치료가 필요한 선수에게는 TUE라는 별도 절차가 적용된다. TUE는 치료 필요성, 경기력 향상 효과 여부, 대체 치료 가능성 등을 심사해 예외적으로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승인 이후에도 허용된 용량·용법, 투여 경로와 기간을 지켜야 한다.
KADA가 공개한 2024년 기준 TUE 승인 건수는 152건이었다. 불승인은 78건으로 승인·불승인을 합친 심사 결과는 230건이다.
승인 사례를 금지성분별로 보면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75건으로 가장 많았다. 마약류 20건, 흥분제 17건, 호르몬 및 대사 변조제 16건, 이뇨제 및 은폐제 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TUE 승인 건수는 2021년 118건, 2022년 140건, 2023년 142건, 2024년 152건으로 증가했다. 불승인·반려를 합친 건수도 2021년 28건에서 2024년 84건으로 늘었다.
TUE 신청 과정에서는 진단서와 검사결과, 진료기록 등 의료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자료 발급과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선수 측이 부담할 수 있으며, 질환과 신청 내용에 따라 필요한 자료가 달라 일률적인 비용 산정은 어렵다. KADA 역시 TUE 신청 자료 발급에 소요되는 비용은 선수 측이 부담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모든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공공재원도 투입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도핑방지활동 지원사업 예산은 2024년 55억2700만원이었다. 도핑검사뿐 아니라 교육, 규정위반 사건 관리, TUE 등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공정한 경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