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정부의 2027년도 기초연금 차등 지급안에 대해 “무늬만 하후상박인 졸속 개편”이라며 철회와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정부는 소득 하위 30% 지원을 늘리는 대신 하위 45∼70% 290만명의 월 지급액을 35만원으로 묶는 안을 내놨고, 연금행동은 이 구간의 물가연동 제외가 사실상 삭감이라고 반발했다.
◆ 290만명은 35만원 동결…“사실상 삭감”
2일 연금행동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복지를 주장해 오던 이재명 정부가 기초연금에서는 선별복지를 실현하는 것도 문제지만 깜깜이로 무늬만 하후상박인 졸속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 문제”라며 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연금행동은 기초연금이 노인 월소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소득원인데도 정부안은 수급자 290만명에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연금을 지급한다고 지적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저소득층 어르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절반 이상의 실질 가치를 훼손한다”며 “45∼70% 구간에서 전체 대상자 절반에 가까운 290만명이 물가 변동조차 명시되지 않은 연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기초연금은 노인 70%를 수급 대상으로 정해 공통된 기초선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차등 지급은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노인을 편 가르기 하는 최악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기초연금법 제5조제2항은 기준연금액에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고시하도록 규정한다. 김 처장은 이를 근거로 하위 45∼70% 지급액 동결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법 여부는 향후 법 개정 내용과 심의 과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에 △개편 중단과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재원 확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재검토 △부부감액 완전 폐지 △수급대상 축소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 하위 30%는 최대 38만원…부부감액도 완화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의결하며 기초연금을 소득 구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노인 70%의 목표수급률은 유지하되 수급자를 소득 하위 0∼30%, 30∼45%, 45∼70%로 나눠 지급액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소득 하위 30%인 348만명에게는 물가상승분에 월 3만원을 더해 최대 38만원을 지급한다. 하위 30∼45%인 174만명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월 35만9000원을 받고, 하위 45∼70%인 290만명은 월 35만원을 받는다.
KOSIS의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35.9%다. 복지부는 노인의 경제 수준과 빈곤 정도를 고려해 구간을 정했다며 하위 30%는 빈곤선 이하 계층, 하위 45%는 빈곤 노인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기 위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때 적용되는 감액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줄인다. 현재는 소득과 관계없이 각각 20%를 감액하지만 내년부터 소득 하위 45%는 감액률을 10%로 낮춘다. 대상은 234만명이다. 이에 따라 하위 30% 부부가구는 올해보다 월 최대 12만4000원, 하위 30∼45% 부부가구는 월 최대 8만6000원을 더 받게 된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가운데 소득 하위 45%에 해당하는 11만명도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원에서 내년 25조7000억원으로 11% 늘어난다. 정부는 기존 수급자가 탈락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목표수급률을 소득기준 방식으로 바꾸는 ‘상박’ 개편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뒤로 미뤘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연내 마치고 2027년 4월 개편안을 시행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