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환절기에는 뜨끈한 밥 한 그릇에 향긋한 나물과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곤드레밥이 입맛을 돋운다. 강원 정선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인 곤드레밥은 곡식이 귀했던 산촌에서 나물로 밥의 양을 늘려 먹던 음식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전국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2일 지역문화 자료 등에 따르면 곤드레밥의 주재료인 곤드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고려엉겅퀴를 일컫는다. 정선을 비롯해 강원 평창·영월 등지에서 많이 자라며 5~6월이 제철이다. 연하고 부드러운 어린 곤드레는 나물로 먹고, 데쳐 말린 뒤 묵나물로 저장해 사계절 활용해왔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역시 곤드레를 정선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재료로 소개하며, 과거 구황식물로 이용됐다고 설명한다.
◆ 쌀이 부족했던 시절, 밥의 양을 늘리려 넣었던 산나물
곤드레밥이 정선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산촌의 생활환경이 있다. 정선은 산지가 많아 논농사가 쉽지 않았고, 과거에는 쌀이 귀해 산에서 나는 나물로 허기를 달래는 일이 흔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정선 사람들은 곤드레에 쌀을 조금 섞어 죽을 끓여 먹었으며, 한 끼 식사로 곤드레죽을 먹기도 했다. 이후 쌀 위에 곤드레를 얹어 밥을 짓는 방식의 곤드레밥이 생겨났고, 오늘날에는 정선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발전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도 ‘식구는 많고 쌀은 없을 때 양을 늘려서 먹던 곤드레나물밥’이라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연하고 부드러운 곤드레를 뜯어 밥을 지을 때 쌀 위에 올려 뜸을 들이는 방식이었다. 곤드레가 과거 구황식물로 활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곤드레밥은 처음부터 별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기보다 곡식이 귀했던 산촌의 식생활 속에서 형성된 음식으로 볼 수 있다.
◆ 집에서 즐기기 좋은 ‘별미’…곤드레밥 레시피
오늘날 곤드레밥은 과거의 소박한 한 끼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의미가 달라졌다.
전국 마트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생곤드레가 없다면 시판 건곤드레나 데쳐 냉동한 곤드레를 활용하면 된다. 생곤드레는 어린잎 특유의 부드럽고 풋풋한 향이 특징이고, 건곤드레는 불리고 삶는 과정에서 구수한 풍미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데친 곤드레를 냉동해두면 제철이 아닌 시기에 냉동해두고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다.
2인분 기준으로 쌀 1.5컵, 불린 곤드레 150~200g, 들기름 1큰술, 국간장 또는 소금 약간을 준비한다.
먼저 쌀은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불린다. 건곤드레를 사용할 경우 물에 충분히 불린 뒤 삶아 부드럽게 만들고 여러 차례 헹궈 물기를 꼭 짠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곤드레에 들기름과 국간장 또는 소금을 넣고 가볍게 버무려 밑간한다.
밥솥이나 냄비에 불린 쌀을 넣고 밥물을 맞춘 뒤 밑간한 곤드레를 쌀 위에 올려 밥을 짓는다. 곤드레의 수분과 조리 상태에 따라 밥물 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평소 밥을 지을 때보다 물을 약간 적게 넣어야 밥이 질어지지 않는다.
밥이 완성되면 5분 정도 뜸을 들인 뒤 주걱으로 곤드레와 밥을 골고루 섞는다. 양념장은 간장 2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약간, 들기름 또는 참기름 1작은술, 깨 약간을 섞어 만든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나 다진 청양고추를 더하면 된다.
완성된 곤드레밥에 양념장을 조금씩 넣어가며 비벼 먹으면 된다. 곤드레 특유의 은은한 향을 살리고 싶다면 양념장을 처음부터 많이 넣기보다 밥 자체의 간을 본 뒤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된장찌개나 물김치처럼 담백한 반찬을 곁들이면 곤드레의 향을 살리면서 한 끼 식사로 즐기기 좋다.
◆ 제철 지나도 즐기는 곤드레…말리고 냉동해 사계절 활용
곤드레의 또 다른 장점은 제철이 지나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곤드레는 봄철 어린잎을 채취해 나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데친 뒤 말려 묵나물로 만들거나 냉동해 두면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도 제철에 나는 산나물을 말려 두고 이후까지 먹는 저장법이 활용됐는데, 곤드레 역시 이러한 전통적인 나물 저장법과 잘 맞는 식재료다. 현재는 건곤드레와 냉동 곤드레가 유통되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곤드레밥을 만들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도 정선 장터에서 생곤드레뿐 아니라 묵나물과 냉동 곤드레, 장아찌 등 다양한 형태의 곤드레를 판매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 나물 한 줌에 담긴 영양…담백한 한 끼로
곤드레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무기질을 함유한 산나물이다. 특히 칼슘과 철분, 베타카로틴 등을 함유하고 있어 밥과 함께 섭취하면 한 끼 식사에 다양한 영양소를 더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높이고 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 데 유용하다.
곤드레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영양성분으로, 정상적인 시각 기능과 면역 기능 유지 등에 관여한다. 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주요 무기질이며, 철분은 혈액 내 산소 운반에 필요한 영양소다. 곤드레밥은 흰쌀밥에 나물을 함께 넣어 먹는 만큼 평소 채소 섭취가 부족한 식단에 활용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곤드레밥 한 그릇만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된장찌개나 두부, 달걀, 생선 등 단백질 식품과 다른 채소 반찬을 함께 곁들이면 보다 균형 잡힌 식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