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피플’ 출신 소년, ‘세계 최강’ 미 해군 함대 수장 된다 [이 사람@World]

해군장관 후보자 지명된 헝 카오 해군차관
1971년 월남 출생… 공산화 후 美로 탈출
美 해사 졸업하고 32년 동안 해군에 복무
한국과의 ‘마스가’ 협력 프로젝트 긍정적

미군이 철수하고 난 뒤인 1975년 4월 자유 진영 남베트남(월남)은 끝내 공산주의 북베트남(월맹)에 무릎을 꿇었다. 수도 사이공(현 호치민)이 월맹군 수중에 떨어지며 월남은 완전히 망했다. 공산주의 지배를 거부하는 베트남인 다수가 무작정 배를 타고 바다로 탈출을 시도했다. 이른바 ‘보트피플’로 불린 이들 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미국에 안착한 경우도 있었다.

 

보트피플 출신 소년이 그로부터 51년 만에 ‘세계 최강’으로 통하는 미국 해군 함대 전체를 지휘하는 수장에 오르게 됐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헝 카오(55) 현 해군부 차관을 해군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카오는 지난 4월 존 펠란 당시 해군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에 의해 전격 경질된 뒤 4개월 넘게 해군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헝 카카오 미국 해군부 차관.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지난 4월부터 해군장과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그는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군장과 후보자로 지명됐다. AP연합뉴스

정식으로 해군장관에 임명되려면 다른 고위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연방의회 상원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 이 점을 의식한 듯 트럼프는 SNS에서  “상원은 이 위대한 전사(Warfighter)를 가능한 한 빨리 인준해야 한다”며 “그래야 그(카오)가 지난 4개월 동안 해온 훌륭한 일들을 계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오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당시 월남 수도 사이공에서 태어났다. 그가 4살이던 1975년 월남은 망했고 베트남 전역이 공산화되었다. 카오의 부친은 월남 정부 농업부의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공산 치하에서는 살 수 없다고 여긴 아버지는 어린 카오 등 가족을 데리고 바다로 베트남을 탈출해 보트피플이 되는 길을 택했다.

 

미국 버지니아주(州)에 정착한 카오의 부친은 월남 농업부 관료 시절의 경험을 살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취업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니제르로 파견돼 선진 농업 기술을 보급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 때문에 카오는 소년 시절 일부를 니제르에서 보냈다. 12세에 미국으로 돌아온 카오는 1989년 고교 졸업 후 미 해군에 병사로 입대했다. 부대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카오는 곧 장교 요원으로 뽑혀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헝 카오 미국 해군부 차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24년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소속으로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카카오가 당시 전직 대통령 신분이던 트럼프의 격려를 받는 모습. 게티이미지

그는 1996년 해사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해 주로 잠수와 수중 폭발물 처리 분야에서 일했다. 병사와 장교로 30년 넘게 복무하며 소말리아 내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참전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2021년 대령을 끝으로 군복을 벗은 카오는 정계에 입문했다. 제2의 고향이라고 할 버지니아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2022년 연방 하원의원, 2024년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각각 출마했으나 매번 민주당 후보에게 져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두 번쨰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2025년 2월 카오를 해군차관으로 발탁했다. 현재 해군장관 직무대행으로서 그는 ‘마스가’(MASGA: 미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 협력에 긍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미 수도 워싱턴에서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이 열렸을 때 카오는 한국 부임을 앞둔 미셸 스틸 주한 대사와 나란히 행사에 참석했다. 개소식 하루 전에는 스틸 대사와 단둘이 대화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미국과 한국의 지속적인 해군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