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의 성폭행·스토킹 혐의 사건과 살인 사건을 따로 수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검은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박 전 본부장과 장윤기 사건 처리 당시 국가수사본부 간부 3명 등 전·현직 경찰 간부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본부장은 장윤기가 지난 5월5일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사건과 범행 이틀 전 다른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스토킹 혐의 사건을 각각 다른 부서에서 수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함께 기소된 국수본 간부 3명은 박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송치하게 해달라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건의를 여러 차례 받아들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광산서 수사팀은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사건 이틀 전인 지난 5월3일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인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해당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를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의 스토킹 신고를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종결했으며, 신고 이후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사후 모니터링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은 성폭행·스토킹 혐의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이 연관돼 있다고 보고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보고했다.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경찰의 스토킹 신고 부실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확산할 것을 우려해 분리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본부장은 성폭행 사건을 외부에 먼저 알리지 말고 살인 사건과 별도로 수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러한 지시로 광산서가 장윤기의 강간살인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형법상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거쳐 장윤기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강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검찰은 최근 광주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이 사건은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방식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고 일선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전 본부장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경찰 수사가 지나치게 왜곡·폄하되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분리수사 지시에 대해 “왜곡·축소 또는 부당한 지시를 할 필요도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할 것, 사건의 성격상 보안을 유지할 것 등 지극히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지검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사안을 설명했음에도 무리하게 공소제기를 결정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재판에서 광주지검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점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