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반복되는 뉴스 중 하나가 폭염 속 아파트 정전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엘리베이터·급수·통신 등을 마비시키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재난’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태를 ‘전기설비의 개별적 고장’으로만 가볍게 치부해 온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의 위험은 노후화된 아파트 전기설비 취약성의 관리 소홀에 의한 것으로 아파트 정전은 일상을 마비시키는 ‘사회 재난’이다. 이러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매체는 국가 책무 강조에 비해 국민의 책무 언급이 없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5조는 국민의 책무로 “건물·시설 등으로부터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
그동안 우리는 재난안전법의 국민의 책무를 다한 것인가? 기후부의 아파트 정전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파트 정전의 76.7%는 기자재 고장과 차단기 동작, 43%가 7∼8월에 집중됐다.
또한 정전 발생 단지의 절반은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되었거나 전기용량이 부족한 노후 아파트라는 점이다. 정전의 원인이 폭염만 아니라 관리의 연속성이 없는 방치된 노후 수전설비라는 취약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아파트 노후 변압기는 25년, 수배전설비는 20년의 권장 수선 주기가 명시되어 있으며, 아파트별 수립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적기에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지연이나 비용 문제로 교체가 미뤄지는 사례가 있다.
즉 위험을 인지하고도 방치할 때 수 세대의 전력이 끊기는 사태는 단순 고장이 아닌, 국민의 책무인 예방 관리의 실패에 따른 ‘인재(人災)’다.
따라서 아파트 정전 대책도 사고 이후의 ‘신속한 복구’에서 ‘예방과 대비’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의 3대 실천적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설계 및 건설 단계부터 높은 신뢰성을 갖춘 전기설비 설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관련 규정의 개정을 통해 최소 성능 기준을 강화하고, 공사비 절감 위주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관리 단계는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수선계획상 수선 주기가 경과한 주요 전기설비가 비용과 의사결정 지연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후 아파트의 설비 교체를 위한 공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한전의 ‘노후 변압기 교체지원 사업’에 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 확대와 정부·지자체의 재정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이미 일부 지자체가 노후 승강기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사례가 있어 국민 생활과 안전에 직결된 노후 전기설비에도 유사한 지원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끝으로 재난관리 학자 시선에서 본다면 국민의 책무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인재에 예방 투자 외면과 공공 기관과 자원의 동원보다는 이 세 가지 예방 관리 도입으로 폭염 속 정전 재난과 현장의 고단한 사투를 끝낼 수 있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 응급 복구와 현장 인력의 희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