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를 언급하며 집값 급락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관계 기관에 지시한 가운데, 서울 경매시장에서는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극명한 대비가 보이고 있다.
아파트는 경매 물건이 급감하고 낙찰가가 높은 반면 빌라와 오피스텔의 경우 경매 물건이 급증하고 낙찰가는 떨어지는 양상이다.
2일 지지옥션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2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00건보다 36.2% 감소했다. 빌라는 9770건에서 1만4869건으로 52.2% 늘었고, 오피스텔은 3398건에서 6046건으로 77.9% 증가했다.
가격 흐름도 엇갈렸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96.0%보다 높아졌다. 빌라는 같은 기간 84.1%에서 77.0%로, 오피스텔은 84.3%에서 72.6%로 떨어졌다.
지난달만 봐도 차이가 컸다. 8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0%, 평균 응찰자 수는 5.15명이었다. 빌라는 낙찰가율 76.5%에 평균 응찰자 수 2.51명, 오피스텔은 각각 68.7%, 1.9명에 그쳤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낙찰가율 격차는 28.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실제 비아파트 경매에서는 여러 차례 유찰된 뒤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은 감정가 3억1700만원에서 경매를 시작해 세 차례 유찰된 끝에 2억178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63.6%였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빌라도 감정가 2억7000만원에서 세 번째 입찰 만에 2억549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76.1%였다.
비아파트 경매 물건이 빠르게 늘어난 데는 전세사기와 역전세(전세 보증금 시세가 기존보다 낮아진 현상)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는 상황이 다르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줄고 있지만 매매가격 상승과 맞물려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선호 지역이나 정비사업 기대 단지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도 나타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빌라는 재개발 구역 내 물건을 제외하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 상승이 낙찰가율을 덩달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아파트 경매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토허구역이라도 경매 취득은 일반 매매와 달리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투자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경매가 토허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며 “주요 지역에서는 낙찰받은 뒤 새로 임대를 놓을 수 있어 경매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