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에 첫 태극마크… 마지막 홀 버디로 金 꿈꿔”

골프 문도엽, AG서 당찬 도전

프로 데뷔 후 10여년 만에 ‘국대’
2026년 시즌 우승 포함 세 차례 톱10
“개최국 日선수 코스 익숙해 유리
티샷 거리보다 정확도로 승부수”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 선수 문도엽(35·DB손해보험)도 태극마크를 달기까지가 그랬다. 주니어 시절부터 품어온 국가대표의 꿈은 프로 데뷔 후 10년 넘게 그의 곁을 맴돌았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35세가 돼서야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문도엽은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단 태극마크를 금빛으로 물들이겠다는 각오다. 문도엽은 이번 대표팀 발탁을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늦은 나이에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꼭 잡고 싶다”면서 “금메달을 딴다면 내 평생의 커리어에 남을 만한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력은 그가 태극마크를 달게 된 배경을 보여준다. 문도엽은 올 시즌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톱10에 세 차례 이름을 올렸다. 5월 경북오픈에서는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정상에 올라 KPGA 투어 통산 6승을 수확했다. 경북오픈 우승 당시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시즌 상금 순위 4위까지 올라선 그는 같은 달 25일 기준 세계랭킹 203위에 자리했다. 남자 대표팀은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선발됐다.

문도엽이 지난 5월 열린 KPGA 경북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힘차게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프로 데뷔 10년이 훌쩍 넘어 마침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단 그는 9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금빛 라운딩을 노린다. KPGA 제공

아시안게임 골프는 개인전과 단체전이 함께 열린다. 개인의 한 타가 단체전 결과에도 연결된다. 문도엽은 “개인이 아닌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거고 단체전도 있는 경기인 만큼 한 타 한 타 더 소중하게 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대표팀 경기에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대표팀 맏형으로서 역할은 경기 밖에서 찾았다. 함께 출전하는 김성현(28·신한금융그룹)과 김주형(24·나이키골프)은 후배이지만 국제무대에서 이미 경쟁력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문도엽은 후배들에 대해 “기술적으로나 멘탈적으로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앞장서 이끌기보다 두 후배가 부담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겠다는 생각이다.

개최국 일본 선수들이 코스에 익숙하다는 점은 분명한 변수다. 문도엽도 “모든 환경적인 면에서는 일본 선수들한테 이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코스 위에서는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봤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플레이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문도엽은 대회가 열리는 일본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히가시 코스를 직접 플레이하며 특성을 파악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정확성’이었다. 티샷부터 무리하게 거리를 내기보다 페어웨이를 지키고 아이언샷과 퍼팅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문도엽은 “코스 자체가 정교하게 쳐야 하고 그린도 많이 구겨져 있는 편”이라며 “티샷의 거리보다는 정확하게 코스 안에 갖다 놓고 아이언샷과 퍼팅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스를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 남자골프의 훈련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문도엽은 “외국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코스에서 많이 연습하고 코스 퍼팅그린 같은 경우도 편하게 이용한다”고 짚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실제 코스에서 다양한 변수를 경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문도엽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아직 대부분의 선수가 코스보다는 연습장에서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퍼팅그린도 자유롭게 이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72홀을 치르는 동안에는 한 번의 실수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앞선 홀에서 타수를 잃더라도 이를 만회하려 무리하게 공격에 나서기보다 처음 세운 계획을 끝까지 유지하는 게 문도엽의 원칙이다. 그는 “철저하게 공략을 세우고 전략대로 플레이하는 게 목표”라며 “전 홀에 실수가 나왔다고 만회하려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한다는 식의 플레이는 절대 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그리는 마지막 장면은 단체전 금메달을 결정짓는 순간이다. “당연히 메달 따는 데 크게 기여한 장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국가랑 타이인 상황에서 마지막 홀 버디를 해서 극적으로 단체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이면 너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