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전달했을 뿐”… 김승원 해명에도 ‘코로나 신약 청탁 의혹’ 파장 [개각 후폭풍]

30일 걸리는 임상계획 처리, 김승원 연락 뒤 2주 만에 승인

한동훈, 식약처장에 보낸 문자 공개
“실무자들 빠른 처리 부탁” 담겨
金측 “로비 아닌 민원 전달한 것”

野 “무혐의 아닌 기소유예 처분
靑 검증 단계서 걸러졌어야” 맹공
與 “형사사법개혁 발목잡기 공세”

집단 성폭행 가해자 변론 논란에
金 “로펌서 수임… 직접 변론 안 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신약 청탁 의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과 함께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김 후보자가 특정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직접 연락한 정황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서도 금품 수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야당이 형사사법 개혁을 겨냥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 참석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에게 공개 질의한다”며 2021년 10월12일 김 후보자가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분장이 돼 있답니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입니다. 국부 유출도 걱정돼 말씀드렸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건은 한 업체가 개발하던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시험 승인을 둘러싼 로비 의혹과 관련돼 있다. 검찰은 업체 측이 브로커를 통해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 관련 업무가 처리되도록 요청한 경위 등을 수사했다. 업체 측이 김 후보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원을 보내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실제 후원금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2024년 12월 김 후보자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전날 정기국회 개회식 도중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에서는 “3년간 검사 11명을 투입해 수사했지만 500만원 약속의 직접 증거도 없고 실제 특혜도 없었으며 관련 사건 법원마저 알선 대가성을 부정했다”는 취지로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김 후보자 측은 한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사실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무혐의가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소유예는 무혐의도, 무죄도 아니다”며 “스스로 장관직을 고사하거나 청와대 인사 검증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도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어떤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 임상시험 승인이 어떤 경위로 국회의원이 처리할 민원이 됐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 앞을 국회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 의원의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과 공소취소 모임 참여 논란 등이 인사청문회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번 개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의혹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식약처의 자체 감찰 여부와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따져 물었다. 김용재 식약처 차장은 검찰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답했고, 임상시험 계획의 법정 처리 기간은 30일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치료제의 임상시험 계획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 측에 연락한 뒤 약 2주 만에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브로커의 요청 내용을 식약처장에게 전달한 뒤 식약처장의 답변을 다시 브로커 측에 알렸다고 주장하며 관련 문자와 통화 내역 공개도 요구했다.

 

신약 청탁 의혹이 추가되면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문제까지 맞물려 검증 공방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공동대표를 맡았고 지난 1월에는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법무부 장관이 공소취소 권한과 관련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들어 김 후보자의 과거 주장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한 의원도 신약 청탁 의혹과 공소취소 주장을 연결해 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적격성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김 후보자는 변호사로 근무하던 2012년 고등학생 2명 등 남성 3명이 15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2017년 미성년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서 각각 가해자 측을 변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측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일부 사건은 소속 법무법인에서 수임한 것으로 실질적 변론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