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는 2일 월간정책회의를 ‘안전제주 전략회의’로 바꿔 열고 혼자 제주를 찾는 여행객과 오름·올레길, 야간 보행 구간을 손보는 대책을 논의했다. 실종신고 허위 종결로 흔들린 체감 안전을 현장에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이날 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실종사건과 치안 불안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도민은 물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까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도민의 일상뿐만 아니라 제주 관광과 지역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지사는 “각 부서는 현장에서 바로 보완할 수 있는 사항과 예산·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를 구분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혼자 온 여행객, 마을이 함께 본다
이날 회의에서는 나홀로 여행객 안전관리와 오름·올레길 등 관광 현장의 안전관리, 야간 보행환경 개선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도는 제주올레 콜센터가 운영 중인 ‘나홀로 방문객 안전서비스’를 참고해 혼자 제주를 찾는 여행객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름과 올레길을 비롯해 관광지와 생활권 가운데 안전관리가 필요한 구간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읍·면·동과 자율방범대 등 민간단체가 위험요인을 함께 점검하고 순찰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자치경찰단은 올레길과 해안가, 오름처럼 인적이 드문 지역과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도보·차량·드론 순찰을 확대하고 있다.
순찰 인력을 늘리는 결정은 지난달 27일 도청 삼다홀에서 열린 유관기관 회의에서 이미 나왔다. 주간 순찰을 14개조 28명에서 20개조 40명으로, 야간 순찰을 4개조 8∼9명에서 8개조 16명으로 확대하고 자치경찰 152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내용이다.
이 회의에는 경찰과 소방, 해경, 자치경찰, 행정시에 의용소방대·지역자율방재단·자율방범대까지 참여해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를 꾸리고 인력과 장비를 함께 쓰기로 했다.
◆ 지사가 직접 누른 비상벨…“가로등 사이가 어둡다”
위 지사는 1일 오후 7시15분부터 40분가량 도 안전건강실·관광교류국·자치경찰단 관계자들과 함께 제주시 연동 일대를 걸었다. 삼무공원 동쪽 입구에서 출발해 누웨마루 거리를 거쳐 한국국토정보공사 인근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위 지사는 이동 구간마다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가로등과 주변 조명의 밝기, 관제 사각지대 여부를 차례로 점검했다. 비상벨을 직접 눌러 CCTV 통합관제센터와 즉시 연결되는지 확인하고, 관제요원과 대화하며 화면에 현장 모습이 제대로 잡히는지도 살폈다.
CCTV 통합관제센터 담당자는 “주변 조명이 부족하면 영상이 선명하지 않아 관제가 어려운 구간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웨마루 거리에서는 일부 구간이 상대적으로 어둡다는 점이 확인됐다. 위 지사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늦은 시간까지 이용이 많은 상업지역일수록 위험 요소가 큰 만큼, 그에 맞춰 가로등과 조도를 갖춰야 한다”며 “현행 가로등 설치 기준으로는 어두운 구간이 생기므로 지역 여건에 맞는 조도 기준 마련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위 지사는 가로등 바로 아래뿐 아니라 가로등 사이 실제 보행구간의 밝기까지 점검하고, 가로수 등 주변 여건으로 어두워지는 구간이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보행에 위험이 되는 누웨마루 거리 파손 보도블록은 즉시 보수하도록 지시했다.
도는 주거·상업지역의 노후 가로등을 개선하고 설치 간격을 조정하는 한편, 조명이 없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회전교차로의 시인성을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밝기가 부족한 구간은 따로 조사해 가로등 추가 설치 등 조도 보강 방안을 관련 부서와 협의한다.
이밖에 인공지능(AI) 기반 CCTV 전환율은 현재 58%에서 2030년 75%까지 끌어올리고, 30일인 영상 보존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 허위 종결 경찰관은 구속 송치…의심 사례 25건 더 나왔다
도가 회의 형식까지 바꾼 배경에는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에서 벌어진 허위 종결이 있다. 제주경찰청은 1일 공전자기록 위작·행사와 위계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이 경찰서 소속 부(34) 경장을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 경장은 5월15일 오후 6시43분 접수된 30대 여성 실종신고와 7월2일 오후 6시2분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신고를 각각 허위로 종결했다. 두 사람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60대 남성의 가족은 7월27일과 지난달 6일 두 차례 더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상담했지만 수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남성은 첫 신고로부터 51일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부 경장은 “실종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사건 미종결 시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사건 인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허위 종결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사에 투입된 프로파일러들도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 가중에 대한 피로감 속 업무 태만적 동기를 범행의 주된 배경으로 봤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 팀에서 종결한 298건을 전수점검해 허위 종결이 의심되는 2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대상자 확인 없이 허위 내용을 입력해 종결한 정황이 있는 10건과, 소재가 확인됐는데도 ‘교통사고 사망’ 같은 허위 사유를 넣어 실종 프로파일링에서 해제한 15건이다. 다만 이들 25건의 대상자는 모두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언제나 우물물을 흐리는 아주 소수의 미꾸라지 같은 존재들이 있는데 그 몇몇 때문에 성실하고 충실하게 일하는 대부분의 경찰들이 명예에 손상을 입고 자긍심이 훼손되는 것 같다”며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실종 사건 관련 시스템을 점검해 달라며 “최종 책임자를 명확하게 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지시했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함께 사라진다. 그 전까지 검찰은 범행 동기와 추가 허위 종결 사례를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