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도 부담”…외식비 오르자 유통업계가 꽂힌 ‘홈중식’

외식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짜장면과 탕수육처럼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시키던 중식 메뉴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가성비’에 전문점 수준의 맛을 더한 가정간편식(HMR)을 잇달아 내놓으며 ‘홈중식’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 제공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7월 음식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도 2.8% 올랐다. 중식 대표 메뉴인 짬뽕 가격은 1년 전보다 3.5% 뛰었다. 외식비 부담이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외식 메뉴를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한 제품도 늘고 있다.

 

중식은 HMR 업체 입장에서도 공략할 여지가 큰 분야다. 짜장과 짬뽕은 강한 화력에서 나오는 불향이 중요하고, 탕수육은 튀김옷의 바삭한 식감을 살려야 한다. 딤섬이나 완탕 역시 반죽과 속재료를 각각 준비해야 해 가정에서 처음부터 만들기 번거롭다.

 

최근 제품은 단순히 ‘데워 먹는 중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면과 소스를 따로 골라 조합하거나 전문점의 조리법을 구현하고, 실제 유명 중식당 메뉴를 그대로 HMR로 옮기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면·소스 전문기업 면사랑은 최근 냉동 중식 소스 ‘간짜장’과 ‘유니짜장’을 선보이고 기존 냉동 중화면과 결합해 중식 제품군을 확대했다. 면과 소스를 조합하면 1인분 기준 3000원대에 짜장면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외식 중식의 특징인 ‘불맛’ 구현이다.

 

면사랑의 냉동 짜장소스 2종은 별도의 레토르트 살균 과정 대신 빠르게 냉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무쇠솥에서 재료를 직접 볶아 춘장의 풍미와 불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간짜장은 고기와 채소의 식감을, 유니짜장은 잘게 다진 재료와 진한 짜장 풍미를 각각 강조하고 있다.

 

간짜장소스는 양파 함량을 47%까지 높였다. 큼직하게 썬 양파와 돼지고기, 직접 볶은 춘장을 직화로 조리했다. 유니짜장소스는 잘게 다진 양파와 돼지고기를 춘장에 볶아 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냉동 중화면은 면사랑의 다가수숙성과 연타제면 공법을 적용했다. 삶은 면을 급속 냉동해 별도 해동 없이 약 1분이면 조리할 수 있다. 면과 소스를 각각 1인분 단위로 포장해 간짜장과 유니짜장을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탕수육 시장에서는 식품 대기업들이 ‘바삭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7월 ‘오즈키친 일품 등심탕수육’을 출시했다. 국산 돼지 등심에 생강과 흑후추를 더하고 자체 튀김 반죽 기술을 적용했다.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도 함께 구성했다. 소스를 부은 뒤에도 튀김의 바삭한 식감이 오래 유지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시장에 뛰어든 CJ제일제당도 ‘고메 바삭쫄깃한 탕수육’을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전용 튀김옷을 적용하고 튀긴 뒤 다시 오븐에 굽는 ‘멀티히팅’ 기술로 식감을 살렸다. 현재 CJ제일제당의 고메 브랜드는 탕수육을 별도의 ‘중식’ 제품군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메 탕수육은 에어프라이어 조리를 전제로 개발됐다. 과거 탕수육은 배달 과정에서 튀김옷이 눅눅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냉동 상태의 제품을 소비자가 먹기 직전 직접 조리하는 방식으로 이를 공략했다. 실제 해당 제품은 현재도 주요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중식 HMR이 외식과 배달이 차지했던 영역을 파고드는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제품군도 넓어졌다.

 

동원F&B는 최근 ‘딤섬 광동새우완탕’과 ‘딤섬 사천우육완탕’을 선보였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군만두나 왕교자에서 벗어나 국물이나 소스와 함께 먹는 현지식 완탕으로 선택지를 확대한 것이다.

 

광동새우완탕은 새우 함량을 17%까지 높여 씹는 식감을 살리고 닭 육수를 더했다. 사천우육완탕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고기 함량을 높이고 매콤한 사천식 소스를 곁들이는 방식이다.

 

두 제품은 현재 동원몰에서도 ‘신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광동새우완탕 294g과 사천우육완탕 336g을 묶은 구성 등 다양한 세트 상품도 운영 중이다.

 

짜장과 짬뽕처럼 국내에서 대중화된 중식을 넘어 광동식·사천식 등 지역별 중화요리로 HMR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곳도 있다. 단순히 ‘중식 스타일’을 재현하는 대신 실제 중식당의 대표 메뉴 자체를 상품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마트 피코크는 남대문시장 중식당 ‘홍복’과 손잡고 ‘유니짜장면’과 ‘유림기’를 HMR로 내놨다. 이마트는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실제 자주 찾는 음식점을 골라 제품화했다. 제품 기획부터 맛집 선정, 간편식 구현까지 약 1년 반이 걸렸다.

 

‘홍복 유니짜장면’은 다진 고기와 양파를 춘장에 볶는 식당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소스를 만들었다. 중식당에서 갓 볶아낸 짜장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소스 색깔과 점도까지 조정했다. 출시 당시 620g 제품 가격은 7980원이었다.

 

함께 출시한 ‘홍복 유림기’는 닭다리살을 얇고 바삭하게 튀긴 뒤 고추향을 살린 매운 소스를 곁들이도록 했다. 520g 제품 출시 가격은 1만2980원이었다.

 

HMR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식당 메뉴를 재현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중식으로까지 파고든 것이다.

 

중식 HMR 시장의 변화는 방향이 분명하다.

 

과거 간편식의 경쟁력이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전문점에서 먹던 맛과 식감을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짜장면에서는 불향과 면발, 탕수육에서는 튀김 식감, 완탕에서는 육수와 속재료처럼 메뉴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업체들의 접근법도 갈린다. 면사랑은 면과 소스를 따로 구성해 전문성을 내세웠고, 오뚜기와 CJ제일제당은 튀김 기술로 탕수육의 식감을 공략했다. 동원F&B는 완탕처럼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현지식 메뉴로 영역을 넓혔고, 이마트 피코크는 아예 인기 중식당의 레시피를 상품화했다.

 

결국 홈중식 경쟁의 핵심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다. 외식비가 오를수록 소비자는 집에서 먹는 간편식에도 외식에 가까운 맛과 품질을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이 한식이나 단순 조리식에서 다양한 외식 메뉴로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맛과 품질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가격과 조리 편의성뿐 아니라 원재료와 조리 방식 등 외식 메뉴의 특성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했는지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