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먼저 공개된 드라마를 잇달아 지상파에 편성하고 있다. 제작비 상승과 광고시장 위축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편성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자구책인 동시에, OTT를 경쟁 상대가 아닌 상생 가능한 유통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3일 방송가에 따르면 MBC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를 지난달 23일부터 3주간 매주 일요일 밤 9시대에 2회 연속 방송했다.
앞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과 ‘카지노’도 특별 편성했으며, 지난달에는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공개에 맞춰 2024년 작품인 시즌1을 여름 특선으로 선보였다.
OTT 오리지널 드라마를 반복적으로 편성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사실상 MBC가 유일하다.
이 같은 편성 전략은 자체 드라마 제작 편수가 감소한 지상파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대형 드라마 한 편을 새로 제작하려면 출연료와 제작 인력, 세트 및 촬영, 후반 작업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OTT에서 작품성과 화제성이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수급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으로 편성 공백을 채울 수 있다.
유료 OTT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정주행보다 정해진 시간에 TV를 시청하는 데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검증된 콘텐츠를 무료로 접할 기회가 된다. OTT 입장에서도 지상파 편성을 통해 기존 콘텐츠의 수명을 늘리고, 후속 시즌이나 신규 작품으로 잠재 구독자를 유입시킬 수 있다.
MBC는 OTT 드라마의 지상파 편성에서 일정한 성과도 냈다. ‘무빙’은 3.7∼5.2%, ‘카지노’는 3.1∼4.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특별 편성됐다. 2022년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안나’ 역시 지난달 23일 첫 방송에서 5.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와 OTT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MBC는 자체 제작 드라마를 국내외 OTT에 공급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OTT는 지상파 편성을 통해 자사 콘텐츠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즈니+가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공개 시점에 맞춰 시즌1의 MBC 편성을 활용한 것도 이런 상호 보완적 유통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지상파가 흥행이 검증된 OTT 드라마의 ‘2차 창구’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상파의 자체 기획·제작 역량이 약화하고 제작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프라임타임에 이미 공개된 콘텐츠의 편성이 고착되면, 신인 작가와 연출자, 배우가 지상파를 통해 성장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OTT 드라마의 지상파 편성은 검증된 콘텐츠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유튜브 쇼츠 등으로 시청자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지상파와 OTT가 콘텐츠를 교류하며 상생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