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 등으로 경영 위기에 놓인 대학들이 학자금 지원 제한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고 있다.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까지 제한되면서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대학에 기업이 ‘소방수’로 나서고 있다. 대학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 학생들의 장학금을 보전하거나, 현장실습과 채용을 연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7학년도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은 20곳이다. 이 가운데 16곳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이 모두 제한되는 ‘전부 제한’ 대학이며, 4곳은 일부 제한된다.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은 학자금지원제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며, 기관평가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재정 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전부 제한 대상이 된다. 지원 제한은 2027학년도 신입생과 편입생에게 적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여주대의 내년 신입생 국가장학금 전액을 보전하기 위해 약 7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여주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신교육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우 회장은 그동안에도 여주대에 장학금과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해왔다. 이번 기부까지 포함하면 누적 지원 규모는 210억원을 넘어선다.
SM그룹은 여주대 지원을 지역 인재 육성과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ESG 활동의 한 축으로 설명한다.
기업이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의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창신대의 재정기여자로 참여한 부영그룹은 이듬해 이 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1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했다. 당시 장학금 규모만 3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창신대는 부영그룹의 지원이 시작된 2020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100%를 기록했고, 이후 교육부 평가를 거쳐 재정지원 제한에서도 벗어났다. 부영그룹의 누적 장학금 지원은 2026년 현재 약 89억원으로 집계됐다.
장학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이어졌다. 그룹 사업장과 연계한 ‘부영트랙’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현장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113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20명은 실제 채용으로 이어졌다.
기업 입장에서 대학 지원은 단순한 기부 의미 이상이 되기도 한다. 부영 사례처럼 현장실습과 채용을 연결하면 대학은 교육과 취업의 통로가 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참여가 대학의 생존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기업을 재정기여자로 끌어들이고자 했던 광양보건대는 전남 지역의 한 기업을 재정기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대학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정상화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학교법인 양남학원의 파산으로 광양보건대는 지난달 31일 폐교했고 121명의 특별편입학이 추진됐다.
기업이 대학에 투입하는 자금의 규모만큼이나 자금이 인재 양성, 취업, 교육 경쟁력 강화 등 어떤 구조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지원은 대학에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 자금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대학은 그 자금을 바탕으로 어떤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