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불교’ 훈풍 속 연임 성공한 진우스님… ‘안정 속 도약’ 모색

지난 4년 종단 안정·불교 위상 제고 성과 내세우며 임기 연장
선거전 과열 후유증 딛고 종단 통합 과제… 선거제도 재편 논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재선은 조계종 구성원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4년간 종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된 데다 이른바 '힙불교' 열풍 속에 불교 이미지 제고와 대중화에 상당 부분 성과를 낸 점이 연임 성공의 동력으로 분석된다.

3일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제3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스님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임에 도전하며 '안정 속 도약'을 약속한 진우스님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출가자와 신자 증가 등 실질적인 교세 강화를 이뤄내고, 새 시대에 맞는 한국 불교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이번 선거가 9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지면서 각종 의혹 제기와 내부 혼란이 선거 기간 내내 이어졌다는 점에서 종단 화합과 선거제도 개선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안게 됐다.

◇ '젊은 불교' 이미지 제고…"안정 위에서 도약 모색"

진우스님은 이번 제38대 총무원장 선거에 나서면서 '종단의 안정'과 '젊고 역동적인 불교'를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연합뉴스

2012년 '도박 파문' 이후 백양사 주지를, 2018년 총무원장 탄핵 사태 이후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준 진우스님은 2022년 제37대 총무원장 취임 이후 종단이 큰 대내외적 이슈 없이 안정을 유지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불교가 하나의 힙한 문화로 인식되는 힙불교 현상과 맞물려 불교는 낡고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세대에게 다가간 점도 선거 과정에서 진우스님의 자산이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불교박람회에 젊은 관람객이 북적이고,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조계종의 미혼 남녀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등이 화제를 모으면서 불교의 위상과 이미지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진우스님은 지난 임기 동안 선명상 보급 등을 통한 불교 대중화도 역점적으로 추진했다.

다만 이러한 불교 이미지 제고가 출가자나 신자 수 증가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은 진우스님이 다음 4년 임기 동안 신경 써야 할 과제다.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스님은 승려 완전 복지 완성이나 기본수행비 지원, 새로운 전법 포교 등 불교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들을 종책 공약에 포함시켰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출마 선언 당시 진우스님은 "지난 시간이 종단의 안정된 바탕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안정 위에서 도약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며 "승가는 더욱 당당하게, 종단은 더욱 안정되게, 불교는 더욱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9년 만의 경선 과열…후유증 없는 상처 봉합도 과제

이번 선거는 2017년 이후 9년 만에 복수 후보로 치러진 선거였다. 2018년 36대, 2022년 37대 총무원장 선거는 모두 단독 후보였다.

당초 선운사 전 주지 경우스님과 월정사 전 주지 정념스님(중도 사퇴)까지 3명의 후보가 등록하자 불교계 안팎에선 선거전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진우스님의 승적을 둘러싼 논란과 양측에 모두 제기된 금품 제공 의혹 등으로 선거 기간 내내 잡음이 이어졌다. 중앙종회 의원들 간의 대리전 양상도 나왔다.

치열한 공방의 후유증은 선거 이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상처를 봉합하고 종단 화합을 이뤄내는 것이 차기 총무원장의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진우스님이 직전 총무원장이라는 유리한 위치에서 치른 선거임에도 상대 경우스님과의 득표율 차는 14%포인트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

선거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10명씩 선출한 240명을 합친 321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접선거다.

선거인 수가 적다 보니 금권 선거 논란은 선거 때마다 끊이지 않았고, 계파 이해관계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선거전에서의 과도한 네거티브 공방이 조계종 전체의 신뢰와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선거 자체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우스님은 출마 선언문에서 "승가의 선거가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추대제부터 직선제까지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개편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