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반도체 표적 관세’ 예고, 만반의 대비 갖춰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내 생산 여부에 따라 관세를 달리 물리는 ‘반도체 표적 관세’를 예고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일 반도체 관세에 대해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여기서 생산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관세 대상은 반도체가 포함된 완제품까지 확대되고 국가별 관세율과 쿼터를 설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관세 폭탄을 맞으라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표적 관세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 ‘미국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보다 많은 국가(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적시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 TSMC가 애리조나에 265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공장을 짓고 다음 주 미국 내 200억~3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올 1월 대만에 자국 내 신규생산능력에 비례해 건설 중에는 2.5배, 완공 후 1.5배까지 관세면제 물량을 배정하기로 했다.



한국기업의 투자액은 대만에 비할 바 못 된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3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위탁생산)시설을,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패키징 공장을 짓는 정도다. 미국이 한국을 향해 대만에 필적하는 ‘투자 키 맞추기’를 강요하거나 무관세 쿼터를 확 줄일 공산이 크다. 최혜국 대우 약속이 투자를 겁박하는 빌미로 작용하는 셈이다. 두 기업이 호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까지 확정한 상황에서 여력이 여의치 않다. 자칫 국내투자가 차질을 빚고 제조업 공동화도 심화할 수 있다.

청와대는 “우리 기업에 불리한 영향이 없도록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미온적 대응은 위험하다.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고객사가 주문하는 대만 파운드리와는 달리 거대한 생태계가 중요한 메모리 산업의 특성을 설명하고, 고율의 관세부담이 미 빅테크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설득해야 한다. 성장과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에서 제대로 협상하지 못한 채 미국에 끌려다녀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국내 생산기반과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