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시청각장애인에 해설·자막 제공해야”

대법, 원심 깨고 차별행위 판단
‘이지리드 판결문’으로 첫 선고

영화관 사업자들이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 제기 10년여 만이다. 이번 선고에서는 대법원 최초로 ‘이지리드(Easy-Read·읽기 쉬운) 판결문’이 제공됐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김모씨 등 시각 장애인 2명과 청각 장애인 2명이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김씨 등은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달라”고 2016년 2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이 영화관에서 시·청각 장애인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해야한다고 판결한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이듬해 12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 자막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좌석 수 300석 이상의 상영관 등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라”며 편의제공 범위를 줄였다. 영화관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단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은 2심이 영화관 사업자의 화면해설·자막 제공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상영횟수·상영관 범위 기준을 중첩 적용해 편의제공 범위를 제한한 것은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만 과도하게 고려한 것”이라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과 영화 향유권 보장, 영화관 사업자들의 재산권 또는 경제상의 자유라는 상충하는 이익을 제대로 비교·형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경제상 자유 등을 보장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런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상고심 선고는 청각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한 수어통역이 지원됐다.

장애인 소송 관계자들이 판결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판결문은 누구나 쉽게 판결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울고등법원은 잘못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냅니다’라는 식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