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대규모 돌발 홍수로 12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네팔 정부가 해외 관광객에게 예정된 여행을 취소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 지역과 떨어진 관광지 대부분은 안전하다”며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속해 달라는 것이다.
네팔 홍수가 덮친 랑탕 계곡 일대는 접근이 막힌 반면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구간은 평소대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홍수 발생 8일째인 2일(현지시간) 카닥 라즈 파우델 네팔 문화관광항공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네팔이 부른다’(#NepalCalling)는 문구와 함께 영상 성명을 공개했다.
파우델 장관은 영상에서 “일부 지역이 이번 홍수로 영향을 받았지만 네팔은 여전히 문을 열고 있다”며 “대다수 관광지는 안전하며 여러분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산길과 트레킹 코스는 여전히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미 네팔 여행을 계획했다면 부디 일정을 취소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지금 네팔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휴가를 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돌발 홍수라는 비극적 재난과 싸우고 있는 네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방문은 가이드와 호텔리어를 비롯해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네팔 재난관리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자치구 접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강타한 돌발 홍수로 네팔에서 최소 1204명이 숨지고 42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네팔 외교부는 외국인 324명을 구조했고 39개국 국적자 590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티베트 자치구에서도 21명이 숨지고 541명이 실종된 것으로 신화통신은 전했다.
실종자 가운데는 라수와 지역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도 포함돼 있다. 정부 합동신속대응팀과 해외긴급구호대가 현지에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생존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 지역을 찾았던 외국인 상당수가 힌두교 성지를 방문한 순례객이나 히말라야 트레킹 관광객이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네팔 관광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홍수 소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피해 지역뿐 아니라 다른 관광지까지 여행객이 기피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우델 장관은 의회 위원회에서 이번 홍수로 호텔 142곳과 레스토랑 57곳, 관광 관련 차량 141대, 문화유적지 27곳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관광 부문에서 발생한 피해 규모만 500억루피(한화 약 447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네팔 재무부는 이번 대홍수의 전체 피해 복구에 약 40억∼50억달러(한화 약 5조5000억∼6조8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추정치인 50억달러는 네팔 전체 경제 규모의 10분의 1에 가까운 수준이다.
관광은 네팔에서 세 번째로 큰 수입원이다. 지난해 네팔을 찾은 외국인은 100만명을 넘었다. 농업 비중이 높은 네팔에서 관광산업은 해외 노동자 송금과 함께 핵심적인 외화 수입원으로 꼽힌다.
관광객 감소가 길어지면 홍수 피해 복구와 맞물려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네팔 정부의 호소와 달리 한국 정부의 경보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홍수 피해가 발생한 바그마티주와 간다키주, 코시주, 룸비니주 등 4개 주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여행자제인 2단계와 출국권고인 3단계 사이의 조치로, 위험도가 갑자기 높아진 지역의 여행을 자제하도록 경고하는 성격이다. 나머지 지역에는 1단계 여행유의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4개 주가 네팔 트레킹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안나푸르나는 간다키주에, 에베레스트를 품은 솔루쿰부군은 코시주에, 이번 홍수가 시작된 라수와군은 바그마티주에 속한다.
주 단위 경보만 놓고 보면 주요 트레킹 지역 대부분이 대상이 된다.
외교부는 “해당 지역을 여행할 예정이면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이미 머물고 있다면 신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하며 긴요한 용무가 아닌 한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