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인데 왜 외면받을까?”
한때 ‘귀족 과일’로 불리던 샤인머스캣 가격이 3년 연속 내리막이다. 2023년만 해도 2㎏ 한 상자에 3만원대였던 소매가격이 올해는 1만원대 중후반으로 주저앉았다. 도매시장에서는 지난달 31일 기준 가격이 1년 전보다 35% 떨어졌다.
단순히 물량이 많아져서만은 아니다. 나무가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며 출하량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보다 11일 빠른 추석까지 겹쳤다. 여기에 덜 익은 과일의 조기 출하와 품질 편차가 소비자 신뢰를 흔들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3년 전 3만6905원→1만9497원…거의 ‘반값’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샤인머스캣(L과, 2㎏)의 9월 소매가격은 1만6572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9월(2만8113원)보다 41.1% 낮고, 평년 가격(2만2879원)과 비교해도 27.6% 싸다.
지난달(8월) 평균 소매가격 역시 1만9497원으로, 2023년 8월(3만6905원)의 절반 수준(47.2% 하락)에 머물렀다. 3년 사이 소매가가 사실상 절반으로 떨어졌다.
도매가격 하락세는 이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KAMIS 집계 기준 샤인머스캣 연평균 도매가격은 2022년 ㎏당 1만2363원에서 지난해 6737원으로 3년 만에 45.3% 내렸다. 올해 8월 가락시장 도매가격(상품, 2㎏)도 농업관측센터 전망치가 1만2000원 내외로, 전년(1만4500원)보다 낮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의 ‘과일 2026년 8월호’는 8월 샤인머스캣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나무가 자라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는 성목화와 양호한 작황이 겹친 영향이다. 8월 가락시장 포도 출하량 중 샤인머스캣이 차지하는 비중도 47.9%에 달했다.
◆나무는 다 자랐는데 추석까지 빨라졌다
가격을 짓누르는 첫 번째 요인은 늘어난 출하다. 샤인머스캣 재배가 빠르게 확대되던 시기에 심은 나무들이 수확량 많은 성목 단계에 들어서면서, 재배면적 변화와 별개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늘고 있다.
올해는 추석 시점도 변수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로, 지난해(10월 6일)보다 11일 빠르다. 평소라면 9월과 10월에 나뉘어 나올 물량 일부가 명절 수요를 겨냥해 추석 전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경북도는 2일 대책회의 자료에서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명절 전 상품 출하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9~10월 가격 하락을 우려했다. 단순한 생산량 증가보다, 짧은 기간에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는 상황을 더 경계하고 있다.
◆37.5% “품질 나빠졌다”…가격보다 무서운 ‘맛의 변심’
최근 가격 하락을 공급 증가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샤인머스캣이 예전만큼 달지 않고 식감도 일정하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쌓이면서, 프리미엄 과일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KREI가 지난 6월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샤인머스캣 구매 경험자의 37.5%는 품질이 과거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최근 구매한 제품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0.4%로, 전년(53.1%)보다 낮아졌다.
샤인머스캣을 사지 않는 이유로는 ‘가격이 비싸서’(28.0%)가 가장 많았지만,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25.8%)도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가격 부담만큼이나 맛에 대한 실망도 구매를 주저하게 한다.
시장에서는 송이당 열매를 지나치게 많이 달거나, 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충분히 익기 전에 출하하는 관행이 품질 편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이 떨어지면 출하를 서두르고, 조기 출하로 품질이 흔들리면 소비자가 다시 등을 돌린다. 이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16브릭스 안 되면 내놓지 말자”…품질 관리 카드 꺼내
최대 주산지인 경북도도 결국 품질 관리에 손을 댔다. 경북은 전국 포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다. 전국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의 77%가 경북에 몰려 있고, 지난해 기준 9900여 농가가 4692㏊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한다.
김천·영천·상주·경산 등 주요 산지의 시세가 흔들리면 지역 포도 농가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북도는 지난 2일 주요 산지와 농가, 농협, 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들을 불러 출하 대책을 논의했다. 핵심은 ‘빨리 출하하는 것’보다 ‘제대로 익혀 출하하는 것’이다.
농가들은 적정 착과량을 지키고 당도 16브릭스 이상, 송이 크기 400~1000g의 상품만 출하하기로 했다. 농협과 APC는 입고 단계에서 품질을 확인해 기준 미달 상품의 유통을 줄이고, 저온저장시설을 활용해 물량 분산에도 나선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직거래, 수출 등으로 판매처도 넓힐 계획이다.
KREI 조사에서 현재 샤인머스캣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의 48.9%는 맛과 품질이 좋아지면 다시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가격 반등은 출하량 조절만으로 풀기 어렵다.
샤인머스캣은 이제 과거처럼 비싸기만 한 과일이 아니다. 문제는 싸졌는데도 소비자의 손이 예전만큼 쉽게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추석 물량을 얼마나 분산하고, 들쭉날쭉한 맛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향후 가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