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AI 모델 공유 플랫폼인 허깅페이스를 인수한다. 칩 공급자를 넘어 모델 유통과 개발자 커뮤니티까지 포섭하며 글로벌 AI 생태계 전반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결단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허깅페이스를 총 129억3030만달러(약 17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주주 대상 지급액 약 119억달러와 엔비디아에 합류하는 임직원을 위한 10억달러 규모의 주식 보상액을 포함한다.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로, 2020년 멜라녹스 인수액(69억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2016년 클레망 들랑그 등이 공동 창업한 허깅페이스는 300만개 이상의 AI 모델과 50만개 이상의 데이터셋이 공유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AI 플랫폼이다. 전 세계 1800만명 이상의 개발자와 연구진, 20만개 이상의 기업이 모델 검증과 배포에 활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인수 후에도 허깅페이스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나 연산 자원을 쓰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모델을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멀티 클라우드와 하드웨어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황 CEO는 “개발자는 모델과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엔비디아의 컴퓨팅 자원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때 AI는 더 빨리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로 엔비디아는 20여 년간 이어온 ‘컴퓨팅 플랫폼 수직 계열화’의 정점을 찍게 됐다. 엔비디아는 2006년 GPU를 범용 연산에 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무료 배포하며 AI 연구 표준을 선점했다. 2020년에는 초고속 네트워킹 기업 멜라녹스를 인수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허깅페이스 인수로 하드웨어와 인프라, 소프트웨어에 이어 모델 유통망과 개발자 커뮤니티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다만 거래 종결 목표 시점인 2027년까지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