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열기가 유통업계의 마케팅 공식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야구장 펜스와 전광판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팬이 직접 뛰고, 먹고, 굿즈를 소장하도록 만드는 ‘체험형 마케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는 어린이와 가족 고객을 야구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멕시카나는 지난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 맞춰 ‘그라운드 키즈런’을 진행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어린이들이 실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그라운드를 직접 달려보는 행사다.
총 10팀의 가족이 참가했다. 멕시카나는 참가 가족에게 치킨 상품권도 제공해 최근 선보인 ‘고추화삭’을 비롯해 양념치킨, 치필링 등 자사 메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멕시카나는 2026시즌 키움 히어로즈 공식 파트너사다. 단순 광고 노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야구 관람과 현장 체험, 외식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해 가족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업계가 야구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커진 프로야구 팬덤이 있다.
KBO에 따르면 2025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에는 역대 가장 많은 1231만251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전체 720경기 가운데 약 46%인 331경기가 매진됐고 좌석 점유율은 82.9%에 달했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넘어선 데 이어 처음으로 1200만명 시대까지 열었다.
수백만명이 반복적으로 찾는 야구장이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거대한 ‘오프라인 체험 매장’이 된 셈이다.
bhc는 아예 야구장을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잠실야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수원 KT위즈파크, 인천 SSG랜더스필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창원 NC파크 등 전국 6개 프로야구장에서 총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야구장에서는 좌석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 수요가 크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관중이 경기를 보는 3시간 안팎 동안 자연스럽게 제품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멕시카나가 ‘가족 체험’을 앞세웠다면 bhc는 경기장에서 바로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현장 소비’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야구 마케팅은 치킨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올해 KBO와 협업해 야구를 주제로 한 상품과 굿즈를 선보였다. 식품업계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직관족 공략에 나서면서 야구를 형상화한 제품과 구단 팬덤을 겨냥한 상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KBO와 손잡고 빼빼로와 꼬깔콘 등 주요 제품에 프로야구 구단 디자인을 적용한 협업 상품을 내놨다. 평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사는 과자에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상징을 입혀 야구 팬의 수집 욕구까지 공략하는 방식이다.
유통업체는 야구장을 매장 밖으로 끌어내기도 한다.
이마트24는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스토어 ‘트렌드랩 성수점’을 SSG 랜더스 콘셉트의 팝업 공간으로 꾸며 운영했다.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매장에서 구단과 관련한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상품 자체를 야구 굿즈로 만드는 움직임은 식품을 넘어 다른 소비재까지 번지고 있다. KBO는 올해 바디프랜드의 소형 마사지기 브랜드 ‘바디프랜드 미니’와 협업해 10개 구단 로고와 색상을 적용한 미니건과 종아리 마사지기를 출시했다. 구매 고객에게는 구단 캐릭터가 담긴 리유저블백도 제공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업들이 이제 프로야구를 단순한 광고 매체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승부처는 ‘얼마나 많이 보였느냐’가 아니라 ‘팬이 브랜드와 무엇을 함께 경험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야구는 어린이부터 20·30대, 중장년층까지 관중층이 넓어 식품·외식기업 입장에서는 가족 소비와 팬덤 소비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 1200만 관중을 넘어선 만큼 올 시즌에도 경기장 안팎을 둘러싼 브랜드들의 ‘팬심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