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참사 영상을 봤는데 정말 너무 충격적이라 저녁도 못 먹었다.”
네팔 대홍수 참사가 발생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희생자 시신 등 참혹한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자 충격을 호소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시청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SNS에서는 네팔 참사 현장을 담은 영상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원치 않게 이를 접한 이용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인스타에서 갑자기 영상을 보고 토할 뻔했다”, “스레드를 당분간 보지 말아야겠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보게 된다”, “이런 걸 내가 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문제는 이용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영상이 추천되는 알고리즘 구조다. 이용자가 특정 영상에 관심을 보였다고 판단되면 관련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계속 노출될 수 있다. 이 구조에서 실제로는 원치 않는 참혹한 영상까지도 접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스레드 이용자는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며 “너무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참사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유우현 인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참사 장면 노출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미치는 영향: 10·29 이태원 참사를 중심으로’ 연구에 따르면 SNS를 통해 이태원 참사 장면을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PTSD 증상 수준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사 속에서 SNS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참혹한 현장을 여과 없이 확산시켜 이용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참사 관련) 영상이나 뉴스에 대한 반복된 노출은 트라우마를 심하게 만들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영상 접촉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참사 관련 영상을) 자주 반복해서 보면 장면이 다시 생각나면서 그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영상 보는 걸 권하지 않고 잠을 못자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커진다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을 여과 없이 담은 영상이 빠르게 퍼지자 네팔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네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메타와 틱톡 측에 홍수 참사와 관련한 참혹한 이미지와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허위정보 등을 신속히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들에게도 SNS에 참혹한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