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조직 이야기이창길 지음/문우사/2만2000원
“그 영화 봤어?” “무슨 영화 좋아해?” 영화는 때로 낯선 사람 사이의 대화를 여는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가 된다.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생각을 엿보고, 미처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만난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스크린 속 이야기는 현실일까, 상상일까.
영화를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단정하면 상상의 세계가 좁아지고, 반대로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하면 그 안에 담긴 현실의 의미를 놓치기 쉽다. 영화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매체다. 조직이론 전문가인 세종대 행정학과 이창길 교수의 ‘영화 속 조직 이야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와 조직이론을 연결한다.
이 교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영화와 조직이론을 접목해 강의하고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동안의 연구와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속 장면과 인물을 통해 조직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몸담은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영화에는 어떤 형태로든 조직이 등장한다. 회사와 정부, 군대와 학교처럼 눈에 보이는 공식 조직뿐 아니라 조직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위계, 갈등과 연대, 규범과 관계의 질서 역시 끊임없이 재현된다. 결국 우리가 흥미롭게 바라본 수많은 영화의 이야기는 개인의 삶인 동시에 조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는 모두 13개 장에 걸쳐 26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대부』에서는 조직을 지배하는 권력과 충성의 구조를, 『내부자들』에서는 조직과 권력의 유착을 들여다본다. 『모던 타임스』를 통해서는 산업화와 인간 소외를, 『링컨』에서는 정치적 의사결정과 리더십을 살핀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집단 의사결정과 갈등 조정의 문제를, 『남한산성』과 『암살』은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과 조직의 선택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을 비틀고 과장하거나 때로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간다. 바로 그 과정에서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조직의 모습을 낯설게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권력관계나 조직의 모순, 개인과 집단 사이의 갈등도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사회와 조직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는 데 있다. 변화하는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개인주의의 확산에 따른 전통적 조직의 해체와 위기, 새로운 방식의 일과 관계가 스크린에 담긴다. 때로 영화는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미래의 조직과 사회를 현실보다 수년, 수십 년 앞서 보여주기도 한다.
조직은 거창한 제도나 구조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일하고 관계를 맺으며 갈등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의 삶이 곧 조직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속한 조직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인다.
‘영화 속 조직 이야기’는 조직이론을 어렵게 설명하는 대신 익숙한 영화 속 이야기에서 출발해 조직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 숨어 있는 권력과 리더십, 의사결정과 갈등, 조직문화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익숙한 영화들을 ‘조직’이라는 새로운 렌즈로 다시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