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율 동결? 인상?…정부 국고 지원율, 2027년에도 ‘미달’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오는 8일 결정된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고 의결기구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건보료율을 인상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의 법정 기준을 준수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4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건정심은 8일 제15차 건정심을 개최해 내년도 건보료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건정심에서는 내년도 건보료율과 관련해 △동결 △0.5% 인상 △1∼2% 미만 인상 △2% 이상 인상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 재정은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보험 재정 수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조89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 재정은 2021년 2조8229억원 흑자 전환 후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현재 흐름대로면 연간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실제 건보 재정 곳간도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0조2217억원이던 누적수지는 1분기 기준 26조3228억원으로 감소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이 정부의 의료개혁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2029년, 실행되지 않으면 2031년 소진될 것으로 추산했다.

 

건보 재정이 악화하는 이유는 초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다. 의료비 지출이 대폭 증가하고 있지만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024년 52조193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9%를 차지했다.

 

올해 건보 재정의 적자 전환이 예상되면서 건정심이 정하는 내년도 건보료율에 이목이 쏠린다. 건보료율은 2024년과 2025년에 동결했다가 의료비 지출 규모가 커지자 2026년도분에 다시 1.48% 인상한 7.19%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내년도 건보료율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만큼 가입자들의 부담도 커져 신중한 모습이다.

 

내년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 정부가 건보료율을 높일 경우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13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700억원 늘어난다. 국고지원율은 올해 14.2%에서 내년 14.4%로 0.2%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법정 지원 의무 20%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물가상승률과 의료수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정부는 내년 국고지원을 사실상 감액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국고지원 의무 미이행 지적에 대해 ‘타당하며 수정하겠다’고 했으나, 정부는 법에 명시된 국고지원 20%는커녕 실질적 감액을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 지난 7월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건보 국고지원에 대해 “의무를 안 지켰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수정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건보노조는 이어 “이런 식이라면 총선을 의식해서 2028년 보험료도 동결할 것”이라며 “또다시 동결을 추진한다면 정치적 판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보건의료계 등에서는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채 내년도 건보료율까지 동결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약화하고, 결국 비급여 진료비 등 민간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