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군수지원함 등 군 전력을 파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는 4일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운신할 수 있다”며 전투·비전투·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해군 소양함과 P-8A 해상 초계기 등 비전투 자산 파견이 우선 대상이고, 파병 규모는 15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결을 거쳐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가 파병 쪽으로 급선회한 건 날로 거세지는 미국의 거듭되는 압박 탓이 크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조선 호위 연합을 제안하며 한국과 일본·프랑스·영국·중국 등 5개국에 전투함 파견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거리를 뒀고, 영국과 프랑스 등도 전쟁 종료 이후 안전 관리를 위한 공조 쪽에 치중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이란 비핵화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했는데 그들이 사양했다(No Thanks)” “이 일을 기억해두겠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선을 그으면 한·미동맹이 감당하기 힘든 파국적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한·미관계 곳곳에서 균열이 생긴 지 오래다. 양국은 정상 간 합의에도 대미투자와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후속 통상·안보협의가 겉돌고 있고 쿠팡 문제 등 주요 현안마다 갈등을 빚기 일쑤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축소까지 지시하며 ‘코리아 패싱’ 우려마저 나오는 판이다.
호르무즈 파병은 그동안 쌓여온 한미갈등을 해소하고 동맹의 신뢰를 복원하는 좋은 카드가 틀림없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공조해 시작한 이란 전쟁에 파병하는 첫 동맹국이 된다는 상징성도 크다. 과거 노무현정부도 2004년 자이툰 부대 파병을 한·미관계 반전의 계기로 삼지 않았나. 동맹의 신뢰회복은 꽉 막힌 통상협상의 물꼬를 트고 외교·안보현안도 푸는데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전쟁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미 중간선거도 11월로 다가온 만큼 가급적 파병문제를 신속하고 전향적으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비단 한·미동맹의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원유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상 수송로가 막히면 곧바로 우리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건 마땅한 책임이자 국익에도 부합한다.
파병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란 및 중동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군 전력의 성격과 작전범위 등은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2020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 사례처럼 군 전력을 비전투·지원 위주로 짜고 작전범위도 자국 선박보호 등으로 유연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직접 참전은 피해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국회도 중차대한 국익이 걸린 만큼 초당적 협력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