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부실기업 상장폐지 제도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다. 코스닥과 코스닥의 시가총액 기준 상향 시기를 조정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 이전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과 부동산시장 동향을 통합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했다.
◆상폐 기업 코넥스 이전 허용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동향을 점검했다. 정부는 시장의 부실기업을 퇴출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개혁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고, 코스피는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됐다.
내년 1월부터는 시가총액 기준을 추가로 상향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시행시기를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코스닥과 코스피 모두 추가 상향을 내년 7월로 6개월 연장해 시장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은 정리매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코넥스로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을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사고팔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거래를 허용하는 절차다. 코넥스는 코스피·코스닥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주식시장이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정리매매 대신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해 상장폐지에 따른 충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인 요건은 최근 3개년도 중 2개년도 이상 영업이익 흑자를 냈거나, 최근 3개년도 중 1개년도 이상 흑자이면서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인 경우다. 단 자본잠식 기업은 제외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주가나 시가총액 등 시장가격 지표만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재무건전성 등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모두가 찾는 코스닥’을 주제로 열린 혁신벤처포럼에 참석해 “퇴출 단계에서도 매출·영업이익·성장성 등을 함께 고려해 실제 부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 기업의 상장 부담을 낮추고 세그먼트 제도가 성장기업에 대한 낙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도 세그먼트와 상장폐지 기준에 시가총액뿐 아니라 매출과 현금흐름,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기업 특성에 따라 공시 규제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 지속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는 최근 채권금리 상승에 대한 대책 논의도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각국의 국채 발행 증가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의 회사채 발행,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기대, 중동 긴장 재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금리 상승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취약차주와 상호금융권 관련 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다만 향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융권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금융시장과 금융권 건전성 상황을 지속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