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부로 주인이 없거나 방치돼 있는 매트와 물건은 점유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회수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4일 오전 9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원효대교 남단. 서울시 관계자의 안내방송이 끝나자마자 수십여명의 한강보안관들이 잔디밭 곳곳에 놓인 돗자리와 소지품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원효대교 남단에는 70여개의 돗자리가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일부는 사람이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상당수는 주인 없이 가방이나 옷가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몇몇 돗자리는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테이프로 바닥에 붙여놓거나 가장자리에 텐트용 대형 핀까지 박아놓은 상태였다.
한강보안관들은 주인 없이 방치된 돗자리와 물품들을 대형 비닐봉지에 차례로 담았다. 직원들은 봉투마다 번호를 매기고 발견 장소와 물품을 장부에 기록했다. 바닥에 고정된 돗자리를 떼어내느라 한동안 씨름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거된 물품은 여의도안내센터로 옮겨졌다.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알박기 철거 작전’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부터 1시간 간격으로 안내방송을 내보내며 무단 자리 선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천법 제33조에 따르면 허가 없이 무단으로 물건을 적치하거나 점용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제17조에도 무단 점유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단속 강도를 높인 이유는 갈수록 과열되는 ‘자리 선점 경쟁’ 때문이다. 이날까지 한강공원 일대에 깔린 돗자리만 약 300개에 달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한강공원의 좋은 자리를 대신 잡아주겠다며 수십만원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거는 작년에도 했고 그전에도 했는데 그전에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며 “무료가 원칙인 곳에 장사를 위해 사람이 없는 돗자리를 몇 개씩 붙여놓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모든 돗자리를 무조건 수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에는 수거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며칠씩 자기 몸을 희생해서라도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노고를 인정해 드리겠다는 것”이라며 “물건만 놓고 자리를 비운 경우를 중심으로 수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철거가 진행되는 바로 옆에는 빈 돗자리 대신 직접 ‘몸으로’ 명당을 지키는 시민들도 있었다.
축제 시작 이틀 전인 3일 오후 1시부터 자리를 잡은 편철호(42)씨는 “조금 있으면 여기에 머문 지 24시간이 될 것 같다”며 “지난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일을 마치고 전날 밤 10시쯤 현장에 왔지만 좋은 자리가 이미 대부분 차 있어서 이번엔 일찍 왔다”고 말했다.
서동혁(30)씨도 3일 오후 3시부터 돗자리를 설치했다. 새벽 1시까지 자리를 지킨 뒤 잠시 집에 들어갔다가 이날 오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서씨는 “가족들은 본행사가 열리는 5일에 합류할 예정”이라며 “오늘도 아마 혼자 자리를 지킬 것 같다”고 했다.
수십만원에 대신 자리를 잡아주겠다는 거래부터 며칠 전부터 직접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 주인 없는 돗자리를 걷어내는 서울시 관계자들까지 불꽃보다 뜨거운 ‘명당 전쟁’의 현장은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