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사건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제넨셀’과 제넨셀에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세종메디칼이 조명받고 있다. 화학합성 의약품이 아닌 천연물 신약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수 있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제넨셀은 상장사인 세종메디칼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임상시험계획은 좌초됐고, 현재 제넨셀의 장부상 가치는 0원이다. 바이오기업으로도, 기술력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기구인 투관침 국산화에 성공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의료기기 전문 기업 세종메디칼은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천연물질로 코로나치료? 제넨셀의 민낯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넨셀은 2016년 8월 경희대학교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등에서 연구하던 천연물 신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상용화를 위해 창립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창립자는 강세찬 경희대 교수다. 자생식물 및 천연물 신소재를 기반으로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등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헬스케어으로 시작한 제넨셀은 대상포진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특히 담팔수 추출물 기반의 후보물질인 ‘ES16001’은 당초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항바이러스 효능을 인정받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며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세종메디칼과 한국파마, KH필룩수 등에서 투자도 유치했다.
제넨셀의 운명은 2021년 9월23일 이 후보물질에 대한 2/3상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하며 소용돌이쳤다. 임상 2/3상 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2상(적정 용량 및 효능 탐색)과 임상 3상(대규모 환자 대상 효과 및 안전성 확증)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프로토콜(시험 계획) 내에서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시험을 뜻한다.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나 긴급한 치료제가 필요할 때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제넨셀의 기대와 달리 같은달 30일 식약처는 인도에서 이뤄진 임상시험의 상세 근거자료 등 14개 항복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설립자였던 강 교수는 브로커 양모씨에게 “(10월)12일까지 임상승인이 안날까 걱정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두 사람은 경희대 생명공학원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신분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강 교수에겐 왜 12일이 중요했을까.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이 때를 세종메디칼의 대규모 투자 결정 시점으로 보고 있다. 12일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의 담당부서까지 특정해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고, 김 후보자는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민원을 제기한다. 이후 김 후보자는 김 처장의 답변을 양씨에게 친절하게 전달했다.
김 후보자가 움직인 뒤 세종메디칼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일주일 뒤인 2021년 10월19일 세종메디칼은 강 교수가 보유한 제넨셀 주식 66만주를 약 63억원에 취득하고,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까지 인수하는 등 총 113억원을 투자해 제넨셀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그리고 식약처는 일주일 뒤엔 26일 2/3상 임상을 승인했다.
◆무자본 M&A에 곳간 털린 세종메디칼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제넨셀의 임상 승인 소식이 알려지며 세종메디칼 주가는 2021년 10월27일 한때 15%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다음날인 28일엔 22% 급락했고, 29일엔 임상승인 직전인 25일 종가인 7840원 대비 47.5%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세종메디칼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고,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기대를 보고 투자한 개미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개발과정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강교수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추진하며 동물실험에서 햄스터가 폐사하는 등 불리한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등 혐의로 법원에 넘겨져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했다.
제넨셀을 끌어안은 세종메디칼도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세종메디칼은 2024년 3월29일 종가 412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 거래가 정지됐고, 한국거래소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및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세종메디칼은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기구인 투관침 국산화에 성공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었다. 하지만 2021년 창업자인 정현국 대표가 보유했던 지분을 타임인베스트먼트로 매각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타임인베스트먼트는 복강경 수술 기구 사업보다 제넨셀 인수 등 바이오 신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2022년 7월 카나리아바이오엠(현대사료)이 또다시 타임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사들이며 세종메디칼컴퍼니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세종메디칼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10월, 세종메디칼은 보유하고 있던 현금 자산을 동원해 관계사인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분(5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800억원)를 총 130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하지만 카나리아바이오가 사활을 걸고 개발하던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이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가 폭락했고, 세종메디칼이 들고 있던 카나리아바이오 주식과 사채는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세종메디칼은 총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여파로 세종메디칼은 유동성이 고갈되고 대규모 자본잠식 우려가 발생해 감사의견 거절 및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카나리아바이오 역시 주가조작 의혹과 완전자본잠식으로 인해 나란히 상장폐지 처분을 받았다. 현재 벼랑 끝에 몰린 세종메디칼은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지우고 거래를 재개시키기 위해, 채무를 정리하고 공개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이전을 시도하는 등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