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약 8조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로, 현지 수요 대응과 통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 도널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다고 6일 밝혔다. 223만평(737만㎡) 규모 부지에는 연간 자동차용 180만t과 일반용 90만t을 합쳐 총 270만t 규모의 열연·냉연·도금 강판 생산 설비가 들어선다. 올해 4분기 착공해 2029년 양산이 목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HPLS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거점이자 탄소저감 생산체제 전환을 실현할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HPLS에 미국 최초로 제강 원료인 직접환원철(DRI)부터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전기로를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고로 생산 대비 약 70% 감축한다. 탄소저감 철강재를 바탕으로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내 완성차업계까지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현지 생산 체제 확립은 북미 시장 공략과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승부수다. 미국은 매년 2000만t 이상의 철강을 수입하며, 이 중 열연·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 판재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HPLS는 미시시피강 유역에 자리 잡아 약 7만t 규모의 파나막스급 선박 접안이 가능하고, 인근에 대형 철도사 노선도 위치해 육·해상 물류 접근성이 좋다. 그동안 국내에서 강판을 들여왔던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공장들도 HPLS 철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도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북미 거점 확보에 그치지 않고 로봇·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소재로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정 회장은 기공식 후 취재진과 만나 HPLS 생산 철강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적용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저희가 더 열심히 해서 스페이스X와 같은 로켓에도 철강을 공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공식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등 미 정관계 인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등 주요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축사에서 “현대제철의 투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루이지애나 지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HPLS 프로젝트를 통해 1300명의 직접 고용을 포함해 총 일자리 5400개가 만들어질 전망이다.